의학·과학 건강

'침묵의 암' 췌장암 완치..극복 환자 공통점은?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70세에 췌장암 후 완치 판정받은 요리연구가 심영순씨 관심 집중
국내 췌장암 5년 생존율 16.6%..조기 진단과 철저한 영양 관리
온병원 내외과 협진 조기진단-수술-항암·방사선-재활 완치 도와

온병원 제공
온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일명 '침묵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 분야에서 의미 있는 완치 사례가 알려져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한식 요리연구가 심영순씨(86)가 방송을 통해 과거 70세의 나이에 췌장암 진단을 받은 이후 이를 극복하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췌장암 치료 가능성과 체력 관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정교한 의학적 치료와 함께 항암 투병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 및 영양 관리가 결합할 때 완치의 길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심영순 씨의 췌장암 극복 비결: 소화 부담을 줄인 맞춤형 영양 보충
​심영순 씨는 70세에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둘째 딸의 정성 어린 간병 속에서 감자, 당근, 토마토, 양배추, 셀러리 등 12가지 채소를 넣고 푹 끓인 채소탕을 매일 섭취하며 의학적 표준 약물 치료를 병행한 결과 1년여 만에 암세포가 없어졌다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심 씨의 사례에서 췌장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식단 관리가 매우 중요한 보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췌장은 음식물 소화를 돕는 각종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핵심 기관인데, 암이 발생하면 소화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어 음식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심각한 체중 감소나 영양 결핍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채소를 오랫동안 끓여서 만든 채소탕은 위장관에 주는 소화 부담을 줄이면서도 몸에 필요한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의 흡수율을 높여준다.

​양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는 강력한 항암 성분인 설포라판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국제 학술지 'World Journal of Surgical Oncology'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십자화과 채소의 섭취량이 가장 높은 집단은 가장 적은 집단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약 22%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부산 온병원 췌장담도센터 박은택 센터장은 "식단 관리가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주된 치료법은 될 수 없지만 강력한 항암화학요법이나 큰 수술을 끝까지 견뎌낼 수 있도록 환자의 면역력과 근육량을 유지해 주는 필수적인 보조 치료제 역할을 한다"고 26일 설명한다.

박 센터장은 "췌장암 환자는 소화효소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무작정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을 먹기보다는 소화 부담이 적은 부드러운 형태의 음식을 소량씩 자주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 조기 진단 후 수술시 5면 생존율 대폭 상승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약 16.6% 안팎으로, 전체 암 평균 생존율이 70%를 상회하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는 췌장이 복공막 뒤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여 초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황달이나 급격한 체중 감소, 명치 및 등 부위의 통증, 갑작스러운 당뇨병 악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전체 환자의 80%를 넘어선다.

​그러나 병기에 따른 치료 성적은 명확하게 갈린다. 암세포가 췌장에만 국한된 1기나 2기 초기에 발견될 경우 5년 생존율은 40∼50% 이상까지 상승하지만 주변 주요 혈관을 침범했거나 타 장기로 전이된 3기나 4기의 경우 생존율이 대폭 떨어진다.

​다행히 최근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췌장암 치료 환경에는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표적치료제 및 항암 신약 개발이 괄목할 만하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관찰되는 KRAS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치료법이 정밀 의료 기술과 결합하면서, 과거 치료가 어려웠던 진행성·전이성 췌장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크게 연장되고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3기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고전압 전기 펄스를 이용해 주변 대혈관 손상 없이 암세포막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최소 침습 국소 치료 기술인 ​비가역적 전기천공술(IRE, Nanoknife)이 도입되어 수술 불가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정밀 첨단 로봇 수술도 췌장암 극복의 전망을 밝게 한다. 과거 매우 복잡하고 위험했던 췌장 절제 수술에 복강경 및 3D 증강현실(AR) 기반 로봇 수술 시스템이 적극 도입되면서, 수술 중 출혈을 줄이고 합병증을 최소화하여 환자의 조기 회복을 돕고 있다.

■ 췌장암 완치 판정을 받는 환자들의 핵심 특징은?
​의료진이 분석하는 췌장암 완치 환자들에게는 몇 가지 명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째, 성공적인 수술적 절제(R0 Resection)다. 췌장암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암 덩어리를 완전히 도려내는 수술이다. 과거에는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라도, 최근에는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하여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완치 목적의 수술을 성공시키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부산 온병원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는 "췌장 주변에는 복강신경총이나 상장간막동맥 등 주요 대혈관들이 밀집해 있어 수술의 난도가 매우 높다"며 "최근에는 정밀 로봇 수술 기술과 우수한 선행 항암 치료제의 조합 덕분에 과거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3기 환자들 중에서도 암을 성공적으로 절제해 완치에 이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둘째, 표준 항암 치료 과정의 완전한 완주다. 수술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 암세포가 남아있을 수 있으므로, 수술 후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중단 없이 끝까지 마친 환자군에서 재발률이 대폭 감소하는 결과를 보인다.

​셋째, 적극적인 체중 및 근육량 유지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토나 식욕 부진, 악액질 현상을 이겨내고 체중과 근육량을 유지한 환자들이 치료 중단 없이 완치 단계까지 도달한다.

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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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병원 암재활센터, "정기 검진과 맞춤 치료, 영양 관리의 삼박자"
요리연구가 심영순 씨의 사례는 의료진의 전문적인 표준 치료를 바탕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정성 어린 영양 관리를 병행했을 때 어떠한 치료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해 준다.

​온병원 암재활치료센터 유홍 진료처장은 "췌장암은 여전히 위협적인 질환이지만, 최근 초음파 내시경과 고해상도 CT 등 진단 기술의 발달, 선행 항암 치료의 진보, 그리고 정교한 로봇 수술 및 국소 치료법의 확립으로 치료 성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면서 "갑작스럽게 당뇨가 생기거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주기적인 췌담도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투병 중인 환자라면 포기하지 않고 전문 의료진과 함께 체계적인 치료 계획과 식단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 완치를 향한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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