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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박정희 그늘에서 벗어나라

파이낸셜뉴스

朴, 운명 순응 대신 결단력 발휘
찬사·비난 극명히 엇갈린 지도자
포철·경부고속도로 관철한 신념
K-산업의 뿌리가 된 중화학공업
거목에 오물 뿌리기 중단하고
향수에 기대는 의존증도 탈피

주필
주필

마키아벨리는 위대한 군주나 리더는 운명에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결단력과 실행력을 발휘해 기회를 붙잡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키아벨리 등을 통해 본 위대한 리더의 요건은 시대적 과제를 꿰뚫는 선견지명, 국가와 국민에 대한 소명의식,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고 소명을 완수하는 결단력과 실행력이다. "큰 나무에는 개가 오줌을 싼다." 위대한 인물이나 사상은 질투와 비판 등에 직면하기 마련이라는 비유적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은 비판의 표적이 된 경우가 많았다. 오랜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그 인물이 영향력 있는 존재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위대한 리더이자 끊임없는 폄하의 대상이 된, 두 가지 관점에 부합하는 인물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 야당과 지식인들은 맹렬히 반대했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거대 제철소에 선조들의 피의 대가를 몰아넣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경부고속도로 역시 "부유층을 위한 유람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은 제철소가 있어야 산업의 뼈대를 만들 수 있고, 물류를 위한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이를 관철해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도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세계은행 등 전문가들은 "자본도 기술도 없는 한국의 중화학공업 투자는 무모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구축한 산업 기반은 한국이 세계적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디딤돌이 되었다. 당시 뿌려진 미래 먹거리의 씨앗이 반도체, 전자, 화학, 자동차, 조선, 방산 등 오늘의 'K-산업'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농촌 빈곤 타파를 넘어 국민의식을 개혁하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발전했다. 새마을운동은 오늘날 유엔과 개발도상국들이 벤치마킹하는 세계적인 빈곤퇴치와 정신개혁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 집권기 발생한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 인권탄압, 노동자의 희생 등은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다. 공존하는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아야 올바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끊임없는 '악마화'는 '박정희 체제'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다. 사료적 근거가 희박한 친일파, 독립군 토벌, 공산주의자, 지역감정의 원조 등이 그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은 박정희 악마화의 2026년 버전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배후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감독의 발언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아내의 생명보다 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이라는 영화 대사 앞에서 거짓으로 드러난다.

진보진영이 시도하는 박정희 악마화는 박 대통령이 구축한 대한민국의 성공신화가 그들의 이념적 존립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박 대통령이 어떤 오물로도 훼손이 불가능한 큰 나무임을 반증한다. 1·21 사태 남파공작원 출신인 김신조는 2010년 6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북한은 박정희 대통령만 계속 죽이려 했다. 박정희를 살려두면 북한이 남한을 공산화시키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백낙청 교수는 "잔혹한 독재자"라는 말에서 보듯 박정희 체제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자이다. 그는 2004년 11월 한 강연에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거지의 철학'이라는 말로 폄하한 바 있다. (나는 이 구호가 당시 절대 빈곤과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우리 국민의 가장 간절한 염원이던 '먹고사는 문제(빈곤 탈출)'를 정확히 관통한 효과적인 구호였다고 본다.)

그런 백 교수도 "모든 독재자가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며, 박정희 시대의 한국처럼 극적인 성장을 이룬 독재자는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박 대통령 재임 기간 이루어진 경제성장을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경제전략 중 여전히 유효한 부분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민주주의와 통일이라는 가치와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모색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옳은 방향이다.

1979년 10월 26일. 그날 이후 47년이 흘렀지만 박정희 향수가 여전하다고 한다. 선견지명, 소명의식, 결단력과 실행력을 갖춘 지도자를 찾아볼 수 없는 답답함을 반영하는 민심일 것이다. 서거 후 50년이 다 되도록 박정희를 능가하는 리더가 없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는 박정희라는 거목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른바 진보진영은 그 나무에 오물을 뿌리는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수는 여전히 박정희 향수에 기대려는 의존증을 탈피해야 한다. 박정희가 묻혀 버릴 만큼, 향수라는 단어 자체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더 위대한 지도자를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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