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대통령, 전체 국익을 놓고 CPTPP 결단 내려야
농어민 만나 상황 설명 후 의견 청취
결론 미루는 사이 기회비용만 날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반대하는 농어민들과 만나 대화하며 의견을 들었다.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도 "불의의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PTPP는 일본과 호주 등 12개국이 가입한 대형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어업 강국들이 참여하고 있어 농어업 분야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조사한 결과 CPTPP 발효 이후 15년간 제조업 기반 생산파급 효과는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증가하고,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38%p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반면 농어임업은 연평균 85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농어민들의 반발 속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중 편중 무역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CPTP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산업통상부도 가입을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결단이다. 이 대통령은 연내에는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손실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비난이 있어도 해 놔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딱 부러진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이다.
농지조사 문제까지 불거져 선택지를 앞에 둔 이 대통령의 사정은 더 난처해졌다. 그러면서 결정은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사정은 단지 '무조건 소를 희생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피아 구별을 하지 못할 만큼 미중 양대 강국의 정치적·경제적 강압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양강이 무역과 공급망을 쥐고 흔들 때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는 작금의 사례만 봐도 똑똑히 알 수 있다. 미국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자국 투자를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드 보복'을 끝냈는지도 알기 어려운 중국은 툭하면 희토류나 요소수 등의 핵심자원을 무기로 자원빈국인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가입 이후 한국의 농어업이 타격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결정의 기준은 언제나 전체 국익이다. 신청을 한다고 해도 회원국들이 바로 승낙하는 것도 아니다. 심사 과정이 까다롭고 길다. 어물어물하는 사이 기회비용만 날릴 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강대국의) 메뉴판에 오를 것"이라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지난 1월 발언은 중견국들의 결집을 외친 것이다. 캐나다는 이미 회원국으로 기댈 곳이 있다. 우리보다 사정이 나은데도 상대적 약소국으로서 절박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하는 농심(農心)은 말뿐이 아닌, 최선의 농어업 보호·육성 대책을 제시해 달래야 할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다 시간만 허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조업에서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농어업을 지원하는 데 투자한다면 설득하지 못할 것도 없다.
결단의 책임은 물론 통치자가 질 것이고, 비난의 화살도 이 대통령에게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결단에 대한 평가는 현세가 아닌 후세의 몫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 체결 결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한참 후에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도 정치적 부담의 고민에서 빠져나와 통 큰 결단으로 후세의 평가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