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發 청년고용난, 풀어낼 길은 노동개혁뿐
임시·일용직 비중 과거보다 높아져
노동시장 유연화·AI 교육 서둘러야
최근 반도체 중심의 성장구조와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경직된 고용 제도 등으로 청년층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고착화하는 만큼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국은행이 경고했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일자리 공급정책뿐 아니라 산업정책과 노동시장 구조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청년층 고용의 질 악화는 임시·일용직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평균 6.1%로, 2014~2019년 평균 9.4%보다 낮았다. 실업률만 놓고 보면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 1~9월 청년층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32.6%였다. 2022년 30.7%보다 1.9%p 높아졌다. 반면 30~59세 취업자의 임시·일용직 비중은 같은 기간 12.4%로, 청년층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도체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과 AI 확산이 배경으로 꼽힌다. 반도체는 경제성장을 주도하지만 장치산업의 특성상 고용창출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호황이 청년층의 좋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AI 역시 기존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반면 신입사원이 맡던 기초·반복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해 신규 채용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보험업과 정보통신업 등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 청년층의 취업문턱이 높아지는 이유다.
결국 청년들은 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다리지 못하고 임시·일용직 등 2차 시장으로 하향 취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에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직에 한 번 진입하면 정규직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고착 효과'도 심화하고 있다. 향후 노동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직무역량 축적 등이 이뤄지지 않아 청년 고용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도 청년층의 취업문턱을 높이고 있다. 기존 근로자에 대한 강한 고용 보호는 기업의 신규 채용 부담을 높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고용 보호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청년 고용률이 낮은 경향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정규직 개별 해고 보호 지수'도 주요 23개국 중 10위 수준으로 비교적 높다. 고용 보호 제도가 청년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AI 확산과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 가로막혀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있다.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은 물론 국가의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기업의 신규 채용 부담을 낮추고, 교육도 AI 시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고용 안전망이 상호 보완하는 고용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