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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선 르포] 하레디의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연합뉴스

[이스라엘 총선 르포] 하레디의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이스라엘 총선 르포] 하레디의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출처=연합뉴스)
[이스라엘 총선 르포] 하레디의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출처=연합뉴스)

(예루살렘=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예루살렘 구시가지 북서쪽에 있는 메아 셰아림에 들어서면 마치 19세기 동유럽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1874년 예루살렘 구시가지 성벽 밖에 세워진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인 정착촌 중 하나인 이곳은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디들의 굳건한 요새이자 삶의 터전이다.

총선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현지시간) 이스라엘 전역은 전쟁 중 치러질 선거 열기로 뜨겁지만, 메아 셰아림의 공기는 정치와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메아 셰아림 중심가 네거리에서는 한 하레디 남성이 '인터넷과 영화(영상 매체)가 없을 때만 인생은 행복하다'는 팻말을 들고 세속적 미디어 거부를 촉구하고 있었다.

인근 건물에는 극단적인 하레디 분파가 붙여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세속적인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지 않으며, 따라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담긴 벽보가 내걸렸다.

[이스라엘 총선 르포] 하레디의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출처=연합뉴스)
[이스라엘 총선 르포] 하레디의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출처=연합뉴스)

또 기자가 한 하레디 남성을 취재하는 동안 7~8명의 하레디들이 주위에 몰려들기도 했고, 일부는 취재진을 졸졸 따라다니며 어디론가 동향을 보고하는 등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검은 양복과 중절모(페도라)를 쓴 남성들, 긴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바쁘게 오가는 풍경 속에서 선거기간 내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하레디 병역 논란의 팽팽한 긴장감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하레디 공동체는 '토라(율법) 연구가 곧 유대 국가를 지키는 방패'라는 교리에 따라 병역을 면제받아 왔다.

그러나 대법원의 거듭된 위헌 결정으로 면제 조항이 만료되고, 전쟁 장기화로 인한 병력 부족, 병역의 형평성을 문제 삼는 여론의 거센 압박에 밀려 현 네타냐후 연정은 결국 하레디 병역 면제 연장법을 제정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하레디들은 거리로 나와 거센 반대 시위를 했고, 일부는 징집 통보를 받고 입영하거나 징집을 피해 숨어다니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네타냐후 연정과 그 연정에 참여한 하레디계 정당들이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지켜내지 못한 셈이다.

외부의 시선으로는 이들이 정부와 종교 정당들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내며 표심을 이탈할 것이라 예상하기 쉬운 대목이다.

이번 총선의 전체 유권자 730만명 중 하레디 비중은 10.5%에 해당하며, 2022년 선거를 통해 크네세트 원내에 진출한 샤스와 토라유대주의연합(UTJ) 등 하레디 정당의 의석수는 18석에 달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중이기에 현 네타냐후 정권의 병역 면제 연장 실패에 따른 하레디의 표심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하레디의 반응은 언론에서 묘사되는 날 선 비판이나 위기감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었다.

일부 병역 면제 연장 불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하레디 정당이나 이 정당들이 참여한 네타냐후 연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하는 하레디 남성 아하론 (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하는 하레디 남성 아하론 (출처=연합뉴스)

자신을 예시바(유대교 전통 교육기관) 학생인 동시에 노점상이라고 소개한 아하론(24) 씨는 이번 선거에서도 UTJ에 투표할 것이라면서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안식일에 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할 것이고, 세속적 시민 결혼이 도입될 것이며,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라며 "유대교 내부에서 종교라는 현실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유대교와 토라에 반대하지 않고 안식일을 파괴하거나 모든 것을 세속화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낫다"면서 "비비(네타냐후)는 하나님을 자주 거론하고 가끔 '바루흐 하솀'(하나님을 찬양합니다)이라고 말한다. 또 랍비들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이곳의 유대교 전통을 모두 무너뜨리려 하고 하레디를 반대한다고 대놓고 떠드는 좌파들보다는 그가 낫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총선 르포] 하레디의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출처=연합뉴스)
[이스라엘 총선 르포] 하레디의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출처=연합뉴스)

메아 셰아림 거리에서 유대교 종교용품을 판매하는 상점 주인 메이르 할리바(49) 씨도 유대교 정당인 샤스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면서 "그들은 우리의 유대교가 사라지지 않도록 챙겨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라 없이, 계명 없이는 이스라엘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고 뉴질랜드나 한국에 살수도 있다"면서 "(비록 병역 면제 연장에 실패했지만) 비비는 우리를 증오해서 그런 게 아니고, 이 땅에 살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할리바 씨는 또 "이 땅에 살기 위해 우리는 토라를 들고 유대교의 지식을 갖춘 종교인이 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반대편에는 이것을 끊어내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다"며 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친네타냐후 진영과 반네타냐후 진영이 독자적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아랍계 정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괜찮지 않다. 그것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며 절대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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