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기 유엔총장으로 '헝가리 트럼프' 오르반 민다…중·러도 긍정"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헝가리의 트럼프'로 불리던 빅토르 오르반 전 헝가리 총리를 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세 나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함께 오르반을 공동 후보로 세우는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르반은 2010년부터 16년 동안 헝가리를 이끈 극우 민족주의 정치인으로, 이민 반대와 자유주의 비정부기구(NGO) 견제, 법원·언론 무력화 정책을 펴 오다가 지난 4월 페테르 머저르가 이끄는 친유럽 성향 티서당에 패배하며 권좌에서 물러났다.
당시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공개 지지했고 JD 밴스 부통령이 헝가리로 날아가 직접 유세를 돕기도 했다. 한 미국 관리는 오르반을 "마가(MAGA)를 외치는 보수주의자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후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념적 코드가 정확히 맞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WSJ은 오르반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 세계 독재자들의 '변호인'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임기 내내 친중국·친러시아 행보를 보인 그가 서구 문명의 수호자로 포장되는 것이 모순적이라고도 비판했다.
한 관리는 미국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오르반을 계속해서 거론해 왔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결국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되려면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미국 국무부 관리는 안보리에서 8~10표까지 득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거부권을 가진 영국과 프랑스가 반대하면 판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두 나라는 평소 거부권을 사용하는 데 신중한 편이라 이 점이 변수로 꼽힌다.
한 소식통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오르반에 대한 공식 지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르반 본인은 당선이 확실하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사설을 통해 "오르반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미는 것에 대해 그나마 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평가는,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한 유엔이 그 바닥 수준에 딱 걸맞은 지도자를 앉힘으로써 위선의 가면을 완전히 벗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12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유엔의 나쁜 급진적 경향을 부추겼다"고 질타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의 여성 외교관 라나 누세이베가 지난주 유엔 사무총장에 공식 출마했지만, 수단 내전에서 유혈사태를 일으킨 민병대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