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현 원장 "AI시대 '투자=고용' 공식 달라져…中企 정책 다변화 필요"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과거와 같은 '투자 확대에 따른 조직 확대와 고용 증가'라는 단선적인 성장경로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몇 명을 더 고용했는지만이 아니라 얼마나 파괴적인 혁신을 이루고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23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투자가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매출·부가가치 확대로 이어져 지속 가능한 성장과 양질의 고용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성장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수 정예형 고성과 기업 부상…성과평가 다변화해야
AI가 확산하면서 소수 인력으로도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등장해 창업·벤처정책의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 원장은 투자 규모와 신규 고용뿐 아니라 생산성, 혁신이 창출한 부가가치, 실패 이후 기술·인력의 활용까지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원장은 "고용 확대라는 목표는 여전히 중요하나 투자와 고용의 관계가 산업·기술·기업의 성장 단계와 국면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성과평가의 관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AI와 플랫폼,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하면서 소수 인력만으로도 사업기획부터 제품개발, 판매, 경영관리까지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작은 조직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기술 스타트업 역시 초기에는 기술개발과 시장검증에 집중한 뒤 사업모델이 검증되면 선택적으로 인력을 늘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2026년 8월 31일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중소기업은 849만 9552개로 전년보다 20만 637개(2.4%) 증가한 반면 종사자는 715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종사자 1인 기업은 22만 5754개 증가한 반면 2인 이상 기업은 2만 5117개 줄었다.
조 원장은 이를 두고 기업 수 증가가 고용 확대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라면서도 1인 기업 증가 전체를 생계형 창업 확대나 성장 실패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의 성과평가 체계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원장은 "투자 이후 고용인원이 얼마나 늘었는지만으로 정책성과를 평가하면 적은 인력으로 높은 매출과 부가가치를 내는 기술기업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매출 증가율, 노동생산성, 1인당 부가가치, 후속투자, 수출 등을 함께 활용하는 다차원적 성과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용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목표인 만큼 평가 범위를 일자리의 질까지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 고용인원 증가뿐 아니라 고용 유지 기간, 임금 수준, 전문인력 확보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 평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초기 기술기업은 기술개발·시장검증을, 성장기업은 매출·생산성을, 고용창출형 기업은 고용 유지와 확대를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차별화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했다.
"생존율만으로 혁신성 판단 못 해…실패 뒤 기술·인력 이동도 추적해야"
조 원장은 1인 기업의 고용기업 전환율과 3년·5년 생존율을 정책평가에 활용하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일률적인 적용에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혁신창업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패 가능성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며 "생존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혁신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창업·벤처정책은 단순히 기업을 존속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로 시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업을 발굴·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평가 기준도 혁신성·기술적 진보성·시장성·확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개별 기업의 생존을 넘어 '가치 창출의 연속성'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단기간에 폐업한 스타트업이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인력, 시장 경험이 재창업이나 인수합병(M&A), 인력 이동을 통해 다른 기업으로 이전된다면 혁신 생태계 전체에서는 의미 있는 자산이 된다"며 "실패를 단순한 정책 실패로 보기보다 혁신자산의 축적과 재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재창업·기술이전·핵심인력 이동 등을 통해 혁신성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파악할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표별 활용 목적을 구분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조 원장은 "고용기업 전환율은 기업의 성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지만, 고용창출이 목적인 사업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고 생존율은 소상공인 등의 경영 안정이 목적인 정책에서 지원 효과를 점검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기술창업·벤처투자 정책에서는 혁신성·기술성·시장성·확장성·고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을 핵심 지표로 두고 고용·생존율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며 "펀드 운용사 평가에서도 재무적 성과와 민간투자 유인 기능을 고려하면서 투자가 후속투자와 시장 확대, 기술과 경영의 혁신으로 연결됐는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약력
△1969년생 △1983년~1986년 대전 대성고등학교 △1986년~1990년 서울대 정치학 학사(외교학 전공) △1990년~1993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정책학 전공) △1996년~2007년 중소기업청 국제협력과 사무관 △2007년~2013년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 과장 △2013년~2017년 대통령비서실 중기비서관실 행정관 △2017년~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정책실·창업벤처실 국장 △2020년~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2022년~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2024년 3월~9월 서울시립대 자유융합대학 초빙교수 △2024년 9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