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 수장에 '유럽 트럼프' 오르반 지지…중·러도 동참"
"푸틴 등 독재자들 두둔할 수도" 우려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러시아와 함께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던 빅토르 오르반 전 헝가리 총리를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25일(현지 시간) 미국·중국·러시아 3국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오르반 전 총리에게 유엔 사무총장 선거 출마를 권유했고, 러시아와 중국도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측은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거론하면서 '오르반 같은 인물'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왔고, 중국·러시아 측도 동의하면서 3개국이 실제로 오르반 전 총리로 의견을 좁혔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오르반 전 총리에게 유엔 사무총장직에 관심이 있는지를 타진했고, 오르반 전 총리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출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을 경우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오르반 전 총리는 WSJ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오르반 전 총리 공개 지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지 발표는 11월3일 중간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로 알려졌다.
오르반 전 총리가 선거에 나설 경우 선출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정식 추천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5개 상임이사국이 빠짐없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결국 거부권을 쥔 5개국이 모두 찬성하는 후보가 나와야 하는데, 미국·중국·러시아가 뜻을 모으는 사안은 안보리에서 대체로 관철된다고 WSJ는 짚었다. 영국·프랑스는 독자 거부권 행사에 신중하다는 것이다.
익명의 미국 당국자는 "그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8개국 표를 무난하게 확보할 수 있으며, 10개국 지지도 얻을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그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꿈꾸는 후보"라며 "이념적으로 적합하고 적대적 환경에서 권력을 행사할 줄 알며 유엔 기득권에 위축되지 않을 인물"이라고 기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임기가 12월31일 만료되는 가운데, 레베카 그린스판 전 코스타리카 부통령, 캐럴린 로드리게스-버킷 주(駐)유엔 가이아나대사, 아르헨티나 출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우간다 출신 올라라 오투누 전 유엔 사무차장 등 7명이 차기 사무총장에 출마했으나 전원 낙마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7인 전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라나 누세이베 아랍에미리트(UAE) 국무장관이 출마를 정식 선언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러시아의 입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오르반 전 총리가 출마를 결정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러시아가 지원사격에 나설 경우, 오르반 전 총리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오르반 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독재자들을 두둔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추락한 유엔의 수준에 걸맞게, 더 낮은 수준의 지도자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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