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러시아인 항해사 '체호프' 월터 케이닉 별세…향년 90세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의 인기 공상과학(SF) 시리즈 '스타트렉'에서 러시아인 항해사 파벨 체호프 역으로 사랑받은 배우 월터 케이닉이 2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케이닉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노스할리우드 자택에서 딸과 조카가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케이닉은 1967년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2부터 우주선 '엔터프라이즈'의 러시아 출신 항해사 체호프를 연기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체호프는 미국과 옛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 시대에 두 나라가 협력하는 미래를 보여준 상징적 배역으로 평가받았다. 서로 다른 인종과 국적의 승무원들이 한 우주선에서 힘을 합쳐 우주를 탐험한다는 '스타트렉'의 이상을 구현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1936년 9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케이닉은 아이오와주 그리넬대를 다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로 편입해 1958년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우연히 연극 수업을 들은 뒤 배우의 길을 택한 그는 뉴욕의 네이버후드 플레이하우스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이후 그는 1962년 TV 드라마 '컴뱃!'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언터처블' '앨프레드 히치콕 아워' 등 여러 드라마에서 활동했다.
케이닉은 1969년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 종영 뒤엔 체호프 배역에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한동안 배우 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리즈가 재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고 극장판까지 제작되면서 다시 체호프 역으로 돌아왔다.
케이닉은 1979년 극장판 '스타트렉: 모션 픽처'를 시작으로 1994년 '스타트렉: 제너레이션스'까지 총 7편의 영화에서 같은 역할을 맡았다. 특히 1982년 개봉한 '스타트렉 2: 칸의 분노'에선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90년대엔 다른 인기 SF 드라마 '바빌론 5'에서 초능력자를 감시하는 조직의 간부이자 악역인 알프레드 베스터를 연기해 호평받았다.
케이닉은 생전에 연극 무대에서도 활동했다. 1990년대 초 연극 '더 보이즈 인 오텀'(The Boys in Autumn)에선 중년이 된 '톰 소여'를 연기해 '허클베리 핀' 역의 마크 레너드와 호흡을 맞췄다.
모교인 UCLA 등에서 연기를 가르치기도 했고, 각본가와 작가로서도 활약했다. 그는 '스타트렉'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무한한 벌컨'(The Infinite Vulcan) 에피소드를 집필하는가 하면, SF 법정 스릴러 '인에일리어너블'(InAlienable)의 각본을 쓰고 직접 출연도 했다.
이외에도 판타지 소설 '벅 앨리스와 배우 로봇', 만화 '레이버', 그래픽 노블 '월터 케이닉의 씽스 투 컴' 등을 집필했다. 1980년과 1998년엔 각각 '체호프의 엔터프라이즈' '워프드 팩터스'(Warped Factors) 등 회고록을 출간했다.
2012년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연기를 계속해 올해 단편영화 '미스터 플라이슈만'으로 인디펜던트 쇼츠 어워즈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 부문 플래티넘상을 받았다.
'스타트렉'에서 조타수 '술루' 역을 맡았던 배우 조지 타케이는 "1960년대 엔터프라이즈호 함교에서 처음 만나 거의 60년 동안 친구로 지냈다. 그는 작가이자 교사였고, 사려 깊은 사람이자 충실한 친구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타케이는 2008년 자신의 결혼식에서 케이닉이 들러리를 맡아줬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케이닉 측도 성명을 통해 "고인은 낙천적 성격과 유머, 모험심으로 수많은 관객에게 영감을 줬다"며 "그는 '스타트렉'이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고 그 공동체를 진심으로 품었다"고 기렸다.
고인의 유족으론 배우 겸 작가인 딸 대니엘이 있다. 아내인 배우 주디 레빗은 2022년, 아들 앤드루는 2010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