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로 하버드대 교수 "韓, 반도체 호황 때 저축해야…안정화기금 필요"
(서울=뉴스1) 심서현 기자 = 로라 알파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겸 미주개발은행(I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반도체 호황과 인공지능(AI) 경기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화기금을 마련하고 호황기에 확보한 재원의 일부를 저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알파로 교수는 27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2026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의 별도 기자회견에서 "좋은 시기에 저축하고 어려운 시기에 사용해야 한다"며 "안정화기금은 위험을 관리하는 좋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국가기획경제정책부 장관을 지낸 알파로 교수는 국제금융과 자본흐름, 외국인직접투자(FDI), 공급망 등을 연구해 온 경제학자다.
미래대응기금 취지 긍정 평가…"기금 적립도 부채 상환도 저축"
그는 한국의 반도체 의존 심화에 관한 질문에 라틴아메리카가 겪은 '자원의 저주'에서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에 변동성이 있는 만큼 수익 일부를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 모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로 교수는 "AI에도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며 "안정화기금을 만들어 일부 재원을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 저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금은 자국 통화의 과도한 절상과 단기간의 대규모 자금 유입에 따른 영향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추진 중인 기금의 세부 내용은 모르지만 기금의 취지는 필요한 일을 하려는 것으로 들린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전한 거시경제정책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칠레의 안정화기금 사례를 언급하며 "장기 성장을 가져올 투자와 인적자본 형성에 돈을 사용해야 하지만 동시에 저축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 적립보다 국가부채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느 한쪽이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알파로 교수는 "돈을 따로 모아두는 것도 저축이고 부채를 갚는 것도 저축"이라며 "부채의 구조와 금리, 이 돈을 조만간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과 자녀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예로 들었다. 대출을 먼저 갚더라도 등록금이 필요해 다시 돈을 빌려야 한다면 별도로 자금을 모아두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둘 다 저축의 형태이며 무엇을 선택할지는 자금 수요와 만기 등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의존과 AI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성장 동력 자체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황금알을 얻겠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여서는 안 된다"며 "AI에 변동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AI를 없애려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조정하고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전자산업과 반도체 생산기반,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적인 수요 확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저출산으로 인구 증가에 따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가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시장·정부 지출 유연성 필요"…韓 산업 다변화는 긍정 평가
다만 호황과 불황의 반복에 대응하려면 노동시장과 정부 지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알파로 교수는 "문제가 되는 것은 호황기의 과소비나 과도한 지출만이 아니라 불황기에 조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는 대체로 노동시장이나 정부 지출의 과도한 경직성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산업 다변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음악과 영화, 드라마, 관광, K-뷰티 등을 사례로 들며 "한국은 산업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틈새 분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최근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가 부각되는 것이 한국 경제가 다변화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앞선 기조연설에서는 최근의 세계 무역 변화가 '탈세계화'보다는 글로벌 공급망의 '대재배치'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약 22%에서 최근 약 9%로 낮아졌지만 세계 무역이 확대되는 가운데 생산과 교역의 경로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수입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베트남·대만·한국·태국 등으로 조달처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이 과정에서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미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