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경영협력계약 콜옵션 가격 70만원…영풍, 수천억 손실 가능성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영풍(000670)과 장형진 고문이 2년 전 MBK파트너스 측과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장악을 위해 체결한 경영협력계약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영풍 측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주식 일부를 주당 70만 원과 매년 5%를 가산한 이자에 MBK 측이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영풍이 2024년 9월 13일 MBK 측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매수 완료일에서 2년이 지난날 또는 영풍·MBK가 추천한 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날 중 빠른 날부터 영풍이 기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MBK 측이 매수할 수 있는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만큼 공개매수 완료일로부터 2년이 되는 10월 17일 이후에는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졌다. MBK 측은 콜옵션을 아직 행사하지 않았고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투자 회수 전에는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영풍이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MBK가 보유한 콜옵션은 그 행사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개월(콜옵션 행사 기한) 내에 일회 또는 수회에 걸쳐 영풍에 대해 옵션 대상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신규주주 또는 신규주주가 지정한 제3의 매수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가지고 있는 콜옵션 권리의 대상 주식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257만 91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의 최근 3개월 주가가 최저 83만 6000원에서 최대 143만 원까지 형성돼 있는 만큼 단순 계산으로 따져보면 영풍은 시가로 팔았을 때와 비교해 수천 억 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산이자 5%를 단리로 계산하면 약정가격은 77만 원 수준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가 85만 원 수준이어서 257만 주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2000억 원가량의 차액이 발생한다. MBK는 이익을 얻지만 영풍은 손해를 보게 된다.
다만 콜옵션 행사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낮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체결 당시의 주식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옵션 행사 조건, 영풍이 계약을 통해 확보한 권리와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물론 양측이 최근 새롭게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있다. 영풍 측 제출 자료에는 괄호사항으로 "당사자들이 별도로 합의하는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정한 날"이라는 별도의 장치도 담겼다. 그렇지만 자본시장에선 이는 즉각적인 공시 사안이라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번에 공개된 MBK와 영풍 간 경영협력계약과 콜옵션 조항과 관련해 콜옵션 행사 전이라도 배임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옵션 계약으로 실제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이 생긴 때에 이미 배임죄는 법적으로 완성된 상태로 본다는 법원의 판례 등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영풍이 MBK와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 이미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했는지가 배임죄 성립의 핵심 쟁점이라는 주장이다.
MBK가 콜옵션을 아직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계약 체결로 영풍이 불리한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면, 이사들의 임무 위반 여부와 함께 배임죄 성립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다는 법조계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는 콜옵션에 대해 "아직 행사되지 않았다"며 "고려아연 투자 회수 전에는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풍·MBK파트너스는 "2년 경과 기준 행사 대금은 주당 77만 원이며 행사 시점이 늦어질수록 금액도 늘어난다"며 "10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행사대금은 주당 100만 원을 넘어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옵션 행사 전까지 받는 배당금도 영풍에 귀속된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8월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의 재항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1·2심 법원이 영풍 측에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위해 지난 2024년 9월 MBK 측과 맺은 경영협력계약을 법원에 제출하라고 한 명령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문서 제출 명령 대상은 2024년 9월 12일 영풍과 장 고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체결한 '경영 협력에 관한 기본계약'과 후속 계약서 일체다.
콜옵션 행사 가격은 현재 영풍 주주인 KZ정밀이 장 고문과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9300억 원대 주주대표소송의 쟁점이 될 수 있다. KZ정밀은 그간 영풍 이사진 측의 배임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