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집중된 투자 분산… 조선·해운 금융상품 개발하자" [제13회 부산글로벌금융포럼]
기조연설 김형태 김·장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
부산 '글로벌 해양도시' 되려면
장기자금 공급할 금융기반 필요
초기에는 정책자금·PE 투입하고
주식·토큰 등으로 위험 분산해야
해양반도체 육성도 차별화 전략
바닷속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부품·소재 기술로 경쟁력 확보를
부산이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선업과 해운업, 금융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해양산업에 특화된 금융과 자본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선박 건조 능력만으로는 글로벌 해양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선주와 해운사, 금융회사, 해상보험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태 김·장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7일 부산 부전동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회 부산글로벌금융포럼에서 '부산의 미래성장 비전과 금융의 전략적 활용'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조선·해운·금융의 연계와 해양산업 특화 자본시장 육성을 부산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조선업의 생산 규모와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해운업의 선대 규모와 글로벌 영업망, 금융업의 자금 공급과 위험관리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선박을 건조하는 능력을 넘어 선박을 소유하고 운용할 주체와 장기 자금을 공급할 금융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양금융의 가장 큰 과제는 고위험·대규모·장기투자라는 구조적 특성이다.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긴 데다 시장 변동성까지 감수해야 해 일반적인 금융 방식만으로는 자금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장기 관점에서 투자하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 확대를 제시했다.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 사모펀드(PE), 보증 등을 활용해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상환전환우선주 등 유연한 금융계약과 주식시장·토큰증권(STO) 등을 통해 투자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산업별 편중 문제에도 주목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때 반도체를 먼저 떠올리는 현실에서 벗어나 조선·해운업 역시 한국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투자 분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며 "반도체에 집중된 투자 기반을 해양산업으로 확장하고, 조선·해운업에 특화된 금융상품과 투자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의 사례를 들었다. 캐나다는 자원 개발과 광업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자본시장 구조를 발전시켜 왔다. 이처럼 국가의 산업적 강점과 자본시장의 투자 수요를 연결하면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해양산업의 투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조선과 해운, 금융, 첨단 제조업 사이의 연계를 명확히 하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산업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만의 차별화 전략으로는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 해사 관련 기관 유치 추진, 조선·해운과 방위산업의 연계, 해양 첨단 제조업 육성 등이 제시됐다. 특히 높은 온도와 진동 등 해양 환경에 특화된 반도체와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하는 '해양반도체' 구상에 주목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해양산업과 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이른바 해양반도체는 일반적인 반도체 산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해양 환경의 특수성에 맞춘 반도체와 관련 부품·소재 기술을 육성하자는 것"이라며 "높은 온도와 진동, 염분 등 가혹한 운용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장시간 연속 운용이 가능한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산업을 국가 전략산업과 연결하는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선·해운업을 방위산업과 연계하면 산업 육성의 정책적 명분을 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국제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선박 건조 기술과 해상 운송 역량은 국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 해상 물류의 지속 가능성에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따라서 상선과 특수선, 해상 물류, 관련 기자재와 기술을 포괄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면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외교와 국제 협력에서도 조선·해운 분야를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방산 수출과 에너지 협력, 항만 및 물류 인프라 협상에 해양산업을 연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간 정상회담에서도 조선·해운 협력과 해양산업 공동 발전을 주요 의제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관광·문화 인프라 확충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경제적 기반뿐 아니라 해외 방문객과 투자자들이 도시를 기억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세계적인 브랜드 미술관 유치와 크루즈 관광, 국제회의 유치 등을 연계해 글로벌 해양도시로서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구상이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산이 다른 글로벌 해양도시와 차별화를 꾀한다면 산업·금융·문화 정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데서 벗어나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선업의 경쟁력을 해운과 금융으로 확장하고, 반도체·방산 등 전략산업과 관광·문화 인프라를 연결하는 것이 부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권병석 팀장 조은효 변옥환 백창훈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