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걷기 전에 제도부터"…가상자산 과세 유예, 기본법 제정 지렛대 되나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 기본법 제정 이후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과세 유예 논의가 지지부진한 기본법 입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시점에 맞춰 과세를 시행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는 내년 1월 시행…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여전히 표류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과세체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시행이 연기됐다. 예정대로 시행되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가상자산 산업 전반을 규율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후 다수의 의원안이 제출됐지만 정부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을 둘러싼 이견이 입법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스테이킹과 렌딩 등 다양한 거래·운용 방식의 법적 성격과 사업자 규율체계는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근거는 마련됐지만 다양한 디지털자산 거래의 법적 성격과 산업 전반의 규율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으면서 과세와 기본법 제정의 선후관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야서 기본법 선행론…과세 유예가 입법 촉진할까
기본법 제정 이후 과세를 시행하자는 주장은 여당에서 먼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민병덕 의원은 지난 9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한 과세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로 과세 시점을 늦추자고 제안했다.
민 의원은 해외 거래자료 확보와 손실 이월공제, 취득가액 산정 기준 등을 과세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스테이킹과 렌딩,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거래 및 운용 방식의 법적 성격을 기본법을 통해 명확히 하고 투자자 보호와 사업자 책임에 관한 규율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부터 시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가상자산이 기본적으로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만 먼저 시행되는 상황"이라며 기본법이 마련될 때까지 과세를 폐지하거나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이 막바지 협의 단계에 있다며 최대한 빨리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재정경제부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 기본법 제정과 과세 시행을 연계하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향후 과세 유예 논의가 기본법 입법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히 과세 시행 시점을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유예 기간을 활용해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과 사업자 규율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디지털자산 거래와 운용 방식의 법적 성격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관련 제도를 정비한 뒤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순서상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