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약 13시간에 걸친 밤샘 진화 작업 끝에 완전히 꺼졌다. 강풍을 타고 마을 여러 지구와 인근 구룡산으로 번진 불로 주민 107명이 피해를 보고 30대 여성 1명이 다쳤다.
2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50분께 구룡마을 2지구의 가건물에서 시작된 불은 이날 오전 4시 39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화재 발생 12시간 49분 만이다. 소방 당국은 완진과 함께 대응 1단계를 해제하고 현장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불길은 전날 오후부터 거센 바람을 타고 인접한 1·3·7지구로 빠르게 확산했다. 마을 뒤편 구룡산으로도 불이 옮겨붙으면서 진화 범위가 넓어졌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2시 21분께 큰 불길을 잡은 뒤 잔불 제거에 집중했으며, 구룡산으로 번진 불도 모두 껐다.
화재 현장에는 소방 인력 232명과 헬기 6대를 포함한 장비 110대가 투입됐다. 그러나 해가 지면서 헬기를 활용한 진화에 제약이 생겼고, 강한 바람과 부족한 소방용수까지 겹쳐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길이 여러 방향으로 번지면서 소방대원들은 밤새 진화 작업을 벌여야 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직후인 전날 오후 3시 5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불길이 주변으로 확산하자 오후 4시 29분 대응 2단계로 경보령을 높였다. 오후 10시 5분께 추가 확산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해 대응 수위를 1단계로 내렸다.
인명피해는 다행히 크지 않았다. 30대 여성 1명이 다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며, 현재까지 다른 부상자나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민 39명은 화재를 피해 스스로 대피했다.
주거시설 피해는 마을 1·2·3지구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피해를 본 주민은 77가구 107명으로 집계됐다. 강남구는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개포중학교와 구룡중학교 체육관, 인근 숙박시설 등에 임시 대피 공간을 마련했다.
화재 당시 현장에서는 검은 연기가 대량으로 치솟아 서울 도봉구와 경기 안양시 등 먼 지역에서도 관측됐다. 마을 주변 주민들은 불이 번지는 과정에서 가스통이 폭발하는 듯한 큰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고 전했다. 다만 굉음의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화재 상황을 보고받은 뒤 가용한 소방 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특히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인명 구조와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권 개발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 등이 1970~1980년대 이주하면서 형성된 무허가 주거지역이다.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강남 일대의 도시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이후 대규모 판자촌으로 자리 잡았다. 마을 전체 면적은 축구장 약 40개에 해당하며 8개 지구로 나뉜다.
마을 내부에는 비닐과 합판, 보온용 솜인 이른바 '떡솜' 등 가연성 자재로 지어진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건물 사이 간격이 좁고 통행로도 협소해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이 이웃 주택으로 쉽게 번질 수 있는 구조다. 일부 구역은 소방차 진입마저 어려워 초기 진화에 제약이 따른다.
액화석유가스(LPG) 용기와 복잡하게 얽힌 전선도 화재 진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가연성 건축자재가 밀집한 주거환경에서는 강풍이 불 경우 화재가 단시간에 여러 주택으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 전날 화재 역시 바람을 타고 여러 지구로 번지면서 대응 2단계까지 발령됐다.
구룡마을에서는 올해 초에도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월 16일 4지구에서 시작된 불이 인근 5·6지구로 확산하면서 주민 258명이 대피했다. 당시에도 주택이 밀집한 마을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불길이 주변 지역으로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