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인터뷰]佛노란조끼 "마크롱 10년 곪은 게 터져…유럽 전체가 위기"

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학교를 열라, 그러면 감옥을 닫게 될 것이다."(프랑스 소설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남긴 것으로 알려진 격언)

최근 프랑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풀뿌리 시민 운동 '노란조끼'의 주요 활동가들은 27일(현지시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처한 현실을 이 문장에 빗대 표현했다.

9월 고등학생들의 학업 환경 개선 요구에서 시작된 프랑스 시위는 교육 등 공공 서비스의 총체적 저하와 생활비 급등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집회로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시위대 충돌과 폭력·약탈 사태로 격화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국가 질서 회복'을 천명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노란조끼 운동의 핵심 활동가 벤저민 볼과 뤼디빈 프르느롱은 전화·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프랑스인들이 분노하는 이유와 시위대의 요구사항, 프랑스를 넘어 유럽 곳곳에서 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이들은 노란조끼의 온라인 시위 지도(17octobregiletjaune.net)를 운영하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증진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 언론을 상대로 노란조끼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佛정부, 정치적 해결보다 탄압…대선에 긴축 강요 맞물려"

두 활동가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열악한 학업 환경 및 '파르쿠르쉬프'(프랑스 대입 시스템) 개편을 요구하는 시위에 정부가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탄압'으로 대응하며 일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등학생 시위와 정부 탄압은 2017년 마크롱 집권 이후 프랑스가 겪어 온 모든 문제를 압축해 보여준다"며 △ 불안정한 삶과 사회적 불평등 심화 △ 교육·의료·소방 등 공공 서비스 자원 부족 △ 공권력 남용 등을 열거했다.

이들은 어린 학생들 시위에서 터져 나온 분노가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정국 혼란 및 사상 최악의 재정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 긴축 강요와 맞물려 대규모 시위의 기폭제가 됐다고 꼬집었다.

두 활동가는 "노동계층 청소년들로부터 시작된 움직임에 도심 청년들과 학생, 학부모, 지역민, 노동조합, 환경·반인종차별·반파시즘 단체들, 노란조끼 운동가들이 합류했다"며 "이제 시위는 학생들의 초반 요구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폭력사태 유감이지만 극히 일부…극좌가 배후? 불가능"

이들은 지난 17일 시위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에 대해 "상점 약탈과 파손 행위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극히 일부에 의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시위대 80만 명 중 상점 파손 가담자는 3000명, 즉 전체 시위대의 0.4%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공장소를 훼손하거나 상점을 약탈한 일부 젊은이들이 있다"면서도 "뿌리 깊은 교육 제도 불평등과 노동계층 청년들이 멸시받는 현실에서 그들 중 일부가 시청·학교 같은 제도권의 상징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좌 세력'이 시위 배후라는 프랑스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회적 운동을 촉발할 만한 힘을 지닌 극좌 정치 세력은 없다"며 "시위 현장에 급진 좌파 활동가들이 나올 수는 있지만 이 운동을 주도하고 통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24일 추가 시위 당시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놓고는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부정"이라며 "노조만 시위를 소집할 정당성을 가진다고 선언함으로써 시민들과 여러 집단이 목소리를 낼 권리를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유럽 전체의 위기…Z세대 행동 계기 대중 결집 이어져"

노란조끼 활동가들은 프랑스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정치적 위기는 정치적 대응이 필요하다. 대화해야 한다"며 "고등학생부터 모든 시위 참가자의 요구 사항을 수렴·해결하기 위한 '전 국가적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권력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및 가해자·책임자 처벌 △유죄 판결을 받은 시위 참가자 사면 △야권의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등을 요구했다. 궁극적으로는 프랑스에서 1958년 성립된 대통령 중심의 '제5공화국' 정치 체계를 손볼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다른 유럽국에서도 시위가 확산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프랑스가 겪고 있는 위기는 유럽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제·정치·생태·에너지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전시 경제(방위비 증액 등 군사력 강화) 체제로의 전환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까지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젠지(Z세대)가 행동에 나서는 곳마다 더 넓은 범위의 대중이 하나로 결집하고 있다"며 "세르비아(14년 만의 우파 정권 붕괴) 등에서 목격한 승리는 우리가 싸움을 계속할 힘을 불어넣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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