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가짜 검사에 속아 모텔서 50시간…경찰, 4200만원 피해 막아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30대 직장인, 악성 앱에 통화 통제까지 
경찰 설득 구조...3100만원 송금 피해

경찰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고립돼 있던 서울 강동구의 한 모텔에서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경찰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고립돼 있던 서울 강동구의 한 모텔에서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의정부=김경수 기자】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30대 남성이 모텔에 약 50시간 동안 갇혀 있다 경찰의 설득으로 구조됐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예방순찰대는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의 한 모텔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를 구조했다.

사건은 지난 20일 A씨가 자신을 공소청 검사라고 소개한 사람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A씨 명의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속였다.

조직원은 A씨에게 사건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 구치소에 수감되는 대신 약식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였다. 이를 믿은 A씨는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둘러댄 뒤 서울 강동구의 한 모텔로 향했다.

조직원은 A씨에게 휴대전화를 추가로 구입하게 한 뒤 원격제어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를 이용해 통화를 통제했다. A씨가 금융감독원에 확인 전화를 걸었을 때도 조직원이 대신 응답했다.

모텔에서 반성문 작성도 강요했다. A씨는 사흘 동안 휴대전화 메모장에 A4용지 약 45장 분량의 글을 썼다. 조직원들은 A씨에게 내용을 수시로 보내도록 했다. 피해자임을 입증하는 데 필요하다며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까지 했다.

이후 조직은 계좌 추적을 위한 조사라며 대출을 유도했다. A씨는 3100만원을 송금했다. 조직은 추가 대출까지 요구했다.

A씨를 구한 것은 경찰의 설득이었다. 경찰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으로부터 악성 앱 설치가 의심되고 연락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들의 정보를 전달받았다. A씨도 이 명단에 포함됐던 것이다.

경찰이 연락했지만 A씨는 통화를 끊으려 했다.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하는 경찰은 가짜라는 조직의 말을 믿어서다. 경찰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정상적인 수사 절차를 설명하고,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토록 설득했다. 무전 소리까지 들려주며 자신들이 실제 경찰관임을 알렸다.

경찰은 A씨가 추가 대출금 4200만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했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금융회사에 대출 승인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뒤 모텔에서 A씨를 구조했다.

이미 송금된 3100만원도 되찾기 위해 계좌 지급 정지를 시도했지만, 돈은 이미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의 협박과 심리적 통제로 피해자가 실제 경찰관의 신분마저 믿지 못했던 사례"라며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의 지시에 따르지 말고 즉시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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