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환자 편의와 동네약국 생존, AX서 답찾다

파이낸셜뉴스
김동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 위원
김동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 위원

개정 의료법에 따라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가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코로나19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된 진료 방식이 제도권 의료서비스로 자리 잡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국민의 의료 접근성과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개선하는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한시적 비대면진료 기간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의 이용이 두드러졌고, 만성질환자의 처방 지속성도 향상됐다.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서도 이용자의 77.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진료 이후 약을 받는 과정에서 갈린다. 올해 7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이용자 2066명을 조사한 결과, 50.1%가 약국 방문 수령에 불편을 느꼈다. 약 배송 허용에는 87.5%가 찬성했다.

처방일수 역시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의 유지 치료와 급성 증상을 같은 기준으로 묶어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진료기록 확인과 질환별 위험도, 의사의 판단을 반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재택 수령도 대상 의약품과 환자군을 구분하고 안전장치를 전제로 단계적으로 넓혀야 한다.

약 배송이 약국의 '배민화', '쿠팡화'를 부른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처방약은 의사가 처방하고 약값은 건강보험이 정하며, 어느 약국에서 받을지는 환자가 정한다. 플랫폼이 가격과 노출을 좌우하는 배달앱이나 직매입·최저가로 유통을 장악하는 모델이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개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 겸영도 약사법으로 막혀 있다. 남는 위험은 분명한 규칙으로 다스리면 된다. 노출·추천 기준과 광고 여부를 명확히 표시하고, 조제 건수에 연동한 대가와 환자 유인을 엄격히 금지하며, 건강정보의 목적 외 이용과 판매를 제한하면 된다

플랫폼 종속을 막는 근본 해법은 배제가 아니라 개방형 디지털 기반이다. 국가가 전자처방전의 공공 표준과 연동 규칙을 마련하고 민간 서비스가 그 위에서 경쟁하게 하면, 약국은 특정 플랫폼에 묶이지 않고 환자는 자유롭게 약국을 고를 수 있다.

동네 약국의 경쟁력도 온라인 확산을 막는다고 지켜지지 않는다. 처방 입력 자동화, 재고 연계, AI 복약상담 지원, 중복 처방 점검 등 약국의 AX(AI 전환)를 공공이 지원해야 한다. AI는 약사의 판단을 대체하지 않고 보조해야 하며, 오류 검증과 개인정보 보호 기준도 갖춰야 한다.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약국도 적정 비용으로 표준 시스템을 쓸 수 있다면 기술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된다.

비대면진료 본사업의 성패는 국민이 안전하게 진료받고 필요한 약을 제때 받으며, 자신의 건강정보가 안전하게 쓰인다고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동네 약국을 지키는 길도 새로운 방식을 막는 데 있지 않고,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약을 받을 수 있도록 약국의 역량을 키우는 데 있다. 위험이 확인된 곳은 엄격히 규제하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국민의 선택권과 의료 접근성을 넓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김동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 위원(포티투마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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