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식품업계 ‘담합 잣대’ 명확해야
"정상적인 정보 활동까지 담합으로 본다면 앞으로 기업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최근 만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중점조사기획단이 1호 사건으로 식품업계를 겨냥한 것에 대해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최근 식품업계가 또다시 '담합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논란은 과거처럼 최고경영자(CEO)들이 비밀리에 모여 가격 인상 폭을 직접 합의하거나 시장을 분할하던 전통적인 방식과 결이 다르다. '정보 활동' 자체가 담합으로 간주되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과거에는 담합이 '직접적인 가격 합의'라는 명확한 증거를 남겼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훨씬 정교하고 은밀해졌다. 경쟁사의 신제품 가격, 원가 비중, 프로모션 계획 등을 통해 각 회사별로 가격 동향을 예측해 가격정책 등에 반영한다. 결과적으로 '가격 합의'가 아닌 미묘한 '눈치싸움'을 통해 가격이 정해진다는 이야기다.
공정위가 지난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의 한 유형으로 명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정위는 경쟁사 간 가격·생산량 등을 공동으로 결정하기로 한 합의가 별도로 입증되지 않더라도, 원가나 매출 등을 주고받은 행위만으로도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식품업계는 시장조사와 관행적인 정보수집 활동까지 범죄화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의 반발을 단순한 변명으로만 치부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시장조사'는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다. 특히 식품 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고,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현장의 정보수집이 필수적이다.
특히 정보 활동의 범위에서 담합행위를 판단할 주체를 어느 선까지 보느냐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업무상 정보 교환과 무관한 경쟁사 직원 간 개인적인 소통까지 위법성 판단의 근거로 확대해석되지 않도록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물론 기업들도 '합의하지 않았다'는 논리 뒤에 숨어 은밀하게 정보를 나누는 관행이 있었다면 근절해야 할 구태다. 규제당국은 단순히 정보가 오갔다는 사실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기업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정당한 시장조사를 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지 않는 합리적 규제 이정표가 나오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