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계속운전 심사 단축하고 재가동 기간 늘려야
고리 원전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심사 기간 길어 기회비용만 2조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원전 3·4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설계수명 40년이 끝나 가동을 멈춘 지 1~2년이 넘게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려진 결정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앞으로 원전을 더 활용할 수 있어 반가운 일이다. 안전성 심사를 거쳐 계속운전 허가가 내려진 것은 지난해 고리 2호기에 이어 두번째다.
경제성 높은 발전시설인 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난데없는 탈원전 정책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원전 건설이 중단된 것은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났다는 이유로 영구정지되어 해체를 앞두고 있다. 1호기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지만 문 정부의 결정으로 폐쇄됐다.
탈원전 정책이 국가 경제에 끼친 피해는 실로 크다. 원전 하나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설계수명이 끝났다는 이유로 원전을 정지한 데 따른 손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설계수명은 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간을 말한다. 설계수명이 끝났다고 사용이 불가능해진다거나 위험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가동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계속운전 허가가 났지만 두 원전의 안전성 심사에 시간이 너무 걸렸다. 이 기간에 발생한 기회비용이 2조원대라는 추산도 있다.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두 원전은 앞으로 8~9년이면 또 수명이 끝난다. 앞으로 다른 원전들이 줄줄이 심사에 들어갈 텐데 심사 기간을 단축해 기회비용을 줄여야 한다. 계속운전 기간도 미국 등의 국가들처럼 10년에서 2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일부 원전의 수명을 60년에서 80년으로 추가 연장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재명 정부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핵심 발전원으로 삼고 있다.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탈원전의 그림자는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을 원전 역할과 비중을 논의할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 그 예다.
부처 간의 의견이 달라 원전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산업통상부는 원전에 찬성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그렇지 않다. 애초에 에너지 정책을 기후·환경 담당 부처로 이관한 것이 문제였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데이터센터가 가동되면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최근 국감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막연한 수요를 12차 전기본에 다 넣기는 어렵다"고 했다.
원전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발전소 건설과 계속운전 심사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 부처와 장관의 뜻대로 국가 에너지 정책이 좌우되어서도 안 된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려가되 원전 또한 비중을 축소하거나 소극적인 정책을 펴서는 곤란하다.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좌표를 확실하게 정해 놓고 그 길로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