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초연결 5G 입는 육군… '한국형 JADC2'가 풀어야 할 보안과 연동성 과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육군, 9사단서 AI·데이터 기반 '지능형 스마트부대' 공개, 2034년 전면 전환
군·상용 혼용 5G 및 저궤도 위성망, 전자기스펙트럼(EW) 대응력 등 관건
AI 플랫폼 '아비스'와 RPA 도입, '노동집약' 군대→ '기술집약' 정예군 육성

28일 육군이 공개한 지능형 스마트부대인 9사단에서 정보통신대대 장병이 스마트부대 키오스크 시스템 활용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육군 제공
28일 육군이 공개한 지능형 스마트부대인 9사단에서 정보통신대대 장병이 스마트부대 키오스크 시스템 활용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육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육군이 인공지능(AI)과 초연결 네트워크를 핵심 축으로 '지능형 스마트군'으로의 전면적인 체계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히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를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을 넘어, 우리 군을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첨단 기술집약적 군 구조의 진화를 의미한다. 지상·공중·우주를 아우르는 초연결 네트워크의 특성상, 상용 망 혼용에 따른 사이버 보안 취약성을 극복하고 전자기스펙트럼(EW) 전장에서의 군사적 생존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향후 전 부대 확산의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구절벽의 정면 돌파구,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으로의 군 체질 개선
육군은 28일 경기도 일산 9사단 사령부에서 류승하(소장) 정보화기획참모부장 주관으로 지능형 스마트부대 적용 현장을 전격 공개하고 차세대 정보화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군이 지난 2021년부터 3단계에 걸쳐 공들여온 이번 시범 사업은 오는 2034년 육군 전 부대 전환을 목표로 가동되는 국방 혁신 프로젝트다.

이날 공개된 9사단 정보통신대대의 모습은 행정의 전산화를 넘어 '데이터 중심 군대'로의 이행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장병들이 생활관 내 스마트부대 키오스크에서 지문인식으로 휴가를 신청하면 지휘관이 모바일로 승인하고, 지문인식 기반의 스마트 총기함이 반출 현황을 실시간으로 행정반 컴퓨터에 연동하는 체계는 군 전력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선진 사례다.

부대의 한 장병이 '스마트부대키오스크'에 지문을 대고 신원을 확인한 다음 휴가를 신청한다. 곧이어 지휘관은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휴가신청 내역을 확인한 뒤 승인한다. 스마트 총기함 앞에 선 담당 간부가 지문인식기에 손가락을 대자 이중 안전장치가 개방된다. 근무를 앞둔 장병이 자신의 지문을 인식시키자 본인의 총기 1정만 꺼낼 수 있게 잠금이 풀린다. 총기를 빼내자 지문인식기 상단 총기 현황판과 행정반 컴퓨터에 총기현황이 자동으로 바뀐다. 행정업무를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가 자동으로 처리하고, 과학화감시체계와 IoT센서를 활용해 경계작전 및 부대관리를 실시하는 지능형 스마트부대의 모습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단순한 편의성 향상이 아닌, 대한민국 군대가 직면한 최대 우려인 '인구 절벽'에 대한 기술적 생존 전략으로 해석한다. 규칙성이 명확한 단순·반복 업무에는 육군 자체 개발 AI 플랫폼인 '아비스(Arvis)'와 업무자동화체계(RPA)가 투입되어 위병소 출입인원 관리, 경계작전 명령서 작성, 주유일지 작성 등 병력 소모가 심했던 단순 행정 소요를 오는 2027년까지 전 부대에서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과거 징병제 특유의 방대한 휴먼 웨어(Human-ware)에 의존하던 군 구조를 최소한의 정예 인력이 AI 시스템을 지휘하는 모병제 선진국형 기술집약 군대로 강제 체질 개선하겠다는 구상이 본격화된 셈이다.

■지상·공중·우주를 묶는 '한국형 JADC2' 구축과 연동성의 함수 관계
이번 육군 혁신안의 핵심 하이라이트는 단순 부대 관리를 넘어선 '다계층 통합네트워크' 체계의 확립이다. 육군은 실시간 탐지-결심-타격의 유기적인 정보 유통을 보장하기 위해 군 전용망과 상용 기지국을 동시 활용하는 5G 전술이동통신체계를 중심에 뒀다. 여기에 공중 통신중계 드론과 저궤도 위성 통신망을 레이어식으로 융합하는 다계층 네트워크를 다듬고 있다. 현대전의 핵심인 전 영역 통합 작전 수행(JADC2) 및 육군의 미래 전투 체계인 'Army TIGER+(아미타이거 플러스)'를 구현하기 위한 모태가 완성된 것이다.

무기체계 전문가들은 이 지점에서 우리 육군이 미 육군의 차세대 네트워크 검증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컨버전스(Project Convergence)'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연동성(Interoperability)'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육군이 다듬고 있는 초연결 네트워크가 지상군 중심의 파편화된 시스템에 머물지 않으려면, 향후 해군·공군 및 합동참모본부의 전장 지휘통제 시스템(KJCCS)과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공중 드론이 탐지한 표적 정보와 저궤도 위성이 수집한 정찰 데이터가 육군의 타격 자산뿐만 아니라 해군의 함정, 공군의 전투기와 전술 데이터링크(Link-16 등) 체계로 오차 없이 실시간 융합되는 호환성이 보장되어야만 비로소 '통합 전 영역 작전'이라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연결의 그늘, '사이버 안보'와 '전자기스펙트럼(EW) 생존성'이라는 양날의 검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은 법이다. 군용 네트워크와 민간 상용 5G 기지국 인프라를 혼용하는 초연결 전술 네트워크는 작전의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반대로 유사시 적의 전방위적인 해킹이나 전자기스펙트럼(EW) 공격에 노출될 위험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분쟁 지역에서 입증되었듯, 민간 위성망과 상용 전파 체계를 전장에 도입할 경우 적의 고강도 전파 방해(Jamming)나 GPS 기만(Spoofing) 공격에 의해 순간적으로 지휘통제망이 마비되는 취약점이 드러난 바 있다. 육군이 추진하는 지능형 스마트부대가 전시에 끊김 없는 항재밍(Anti-Jamming)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간 첨단 ICT 기술 도입 단계부터 국방 특화형 암호화 모듈과 강력한 물리적·논리적 방호 체계(EMP 방호 등)가 완벽히 내재화되어야 한다는 군사학적 원칙이 제기된다.

류승하 육군 정보화기획참모부장(소장)은 "AI와 데이터, 초연결 네트워크를 결합해 어떠한 극한 환경에서도 끊김 없는 지휘통제가 가능한 최적의 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비전의 최종 성패는 결국 화려한 기술의 나열보다 '사이버 안보 생존성'을 얼마나 완벽하게 담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안보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스마트육군 비전이 징병제 틀 안에서 고도의 첨단화를 이뤄내야 하는 대한민국 국방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지상군의 두뇌를 AI로 무장시키고 신경망을 5G로 연결하는 이 거대한 실험이 군 전반의 통합 연동성과 완벽한 방호 역량을 갖추며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육군이 공개한 지능형 스마트부대인 9사단에서 정보통신대대 장병이 지문인식으로 스마트 총기함을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육군 제공
28일 육군이 공개한 지능형 스마트부대인 9사단에서 정보통신대대 장병이 지문인식으로 스마트 총기함을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육군 제공
28일 육군이 공개한 지능형 스마트부대인 9사단에서 육군본부 송수철 중령이 전자기스펙트럼 관리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육군 제공
28일 육군이 공개한 지능형 스마트부대인 9사단에서 육군본부 송수철 중령이 전자기스펙트럼 관리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육군 제공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