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공 사태' 마침표 찍으려던 검증…국힘 '밤샘 농성'으로 재점화 기로
(서울=뉴스1) 박기현 홍유진 기자 = 6·3 지방선거 이후 148일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묶여 있던 송파구 투표지가 29일 특검의 공개 검증을 거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넉 달 넘게 이어진 이른바 '올공 사태'를 마무리하려던 절차였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신들이 '국민 특검'이라 불러온 특검의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밤샘 농성을 이어가는 등 오히려 갈등이 재점화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조서 무산된 재검표, 특검의 '수사용 검증'으로
정치권에 따르면 송파구 개표소였던 핸드볼경기장은 부족 사태 직후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시위대가 출입구를 막아서면서 투표지가 그대로 묶였다. 점거가 길어지면서 여야 모두 큰 틀에서 투표지를 다시 열어 의혹을 털고 경기장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데는 뜻이 같았다.
다만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추진된 재검표는 선관위 특검 발족 시기와 여야 간 일부 이견에 막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공은 특검으로 넘어갔고, 지난 7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민주당이 선관위가 특검에 재검표를 요청하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민주당 행정안전위원들은 검증 전 회견에서 이번 검증이 "점거 사태를 마무리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특검은 수사 개시 52일 만인 전날 경기장 문을 열었다. 특검팀 110여 명과 선관위 직원 500여 명이 투표지 247만 장을 한 장씩 넘기며 수량과 기표·인쇄 상태를 살폈고, 여야가 추천한 인사 등 96명이 참관했다.
다만 이번 검증은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 하는 공직선거법상 재검표가 아니라 수사 절차라는 점에서, 이상이 의심되는 투표지만 따로 골라 특검이 수사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선관위가 지정한 보안창고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관위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미리 밝힌 계획이기도 하다.
"모든 투표지 검증" 요구에 특검 "권한 없다"…밤샘 농성
국민의힘 측 일부 참관인들은 특검의 검증이 끝나자 모든 투표지를 대상으로 재검표를 해야 한다며 항의했다. 이태한 특검은 "수사 대상이 되는 투표지는 이 자리에서 선별된 것에 한정된 것으로 이외의 투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머지 투표지는 원래 관리하던 선관위 몫이라는 뜻이다.
그러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의원들은 투표지 상자 앞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장 대표는 새벽 페이스북에 "선관위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다. 증거물을 피의자의 손에 맡기는 수사는 없다"고 적었다.
투표함은 오전 6시를 넘겨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장 대표는 직후 브리핑을 통해 "특검과 선관위는 도적질하듯 투표함 들고 달아났다"며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했다. 전날 아침 현장 회견에서 "시민들의 힘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던 특검을 통과시켰다"며 특검을 치켜세운 지 하루 만이다.
현장을 참관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문제 제기된 투표지는 특검이 다 가져가는 게 맞다고 했다"며 "특검이 안 가져가는 것도 문제가 많이 나오니 하루 이틀이라도 더 두고 가져가는 게 낫겠다고 했는데 그걸 다 가져갔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특검의 검증 과정을 두고 여러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고 있다. 김태규 의원은 가락본동 비례대표 집계를 두고 민주당 "+100표", 국민의힘 "-1표"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진숙 의원은 특검이 "약속을 깨고 반출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 참관인이던 도태우 변호사는 "투표지 101매 증발" 등 15개 항목을 올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출신으로 부정선거론을 펴 온 그는 검증 도중 특검과 협의 없이 투표지 사진을 찍다 여러 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도 변호사의 내용을 보니 심각한 게 많더라"며 "꼼꼼하게 다 검증하지 못한 상태로 들고 나갔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당내 엇갈린 시선…녹취 뒤 진정성 의구심도
당내에선 장 대표의 행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투표지를 어딘가에는 보관해야 하는데 공개된 곳에 두고 나올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의 행보를 최근 공개된 술자리 녹취와 엮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21일 보수 성향 유튜브에 공개된 지난해 7월 녹취에는 장 대표가 부정선거론과 거리를 두는 듯한 대목이 담겼다.
한 재선 의원은 "일부 아스팔트 세력으로부터 장 대표가 의심을 받다 보니 진정성을 입증하려 한 것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장 대표의 투쟁 선언이 힘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표함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148일간 이어진 봉쇄 시위는 거점을 잃었고, 참관인 주장이 맞는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 특검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감정 결과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특검까지 겨눈 공세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올공 현장을 지킨 많은 2030세대의 목소리를 담아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