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AI 인프라 투자 광풍에 글로벌 채권 발행 역대 최고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올해 발행액 6조6100억 달러… 연말 두 달 남기고 2025년 최고 기록 경신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채권 6배 급증… 아마존, 세계 4위 발행 주체로 부상

아마존웹서비스(AWS) 삽화.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웹서비스(AWS) 삽화.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자금 조달 수요가 전 세계 채권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밀어내고 시장의 핵심 차입자로 부상한 가운데, 대규모 물량 폭탄으로 인한 시장 소화 진통과 금리 상승 압력도 함께 커지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경제 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 금융기관, 기업 및 정부가 투자적격 및 고금리 채권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총 6조6100억달러(약 8829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수치로, 연말까지 약 2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이미 2025년에 세운 연간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을 이끈 주역은 전통적 차입자인 금융권이나 정부가 아닌 클라우드 컴퓨팅 공룡과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이다. 이들 기업이 올해 발행한 채권 규모만 3680억달러(약 4917조원)에 육박하며, 이는 전년 동기의 6배가 넘는 수준이다. 올해 글로벌 채권 발행 증가량의 약 3분의 1을 이들 분야가 차지했으며, 이는 여타 비금융 산업 전체의 증가량을 합친 것보다 많고 정부 채권 발행 증가 규모의 2배에 달한다.

투자은행 JP모건의 글로벌 투자등급 자금조달 공동 이사 존 서비디어는 "불과 1년 만에 세계 최대 채권 시장의 주요 발행체 순위가 근본적으로 재편됐다"며 "AI를 둘러싼 완전히 새로운 장기 테마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올해 독일과 유럽연합(EU),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4위의 채권 발행 주체로 프랑스와 영국을 제쳤다. 기업 단위로만 한정하면 아마존이 글로벌 1위,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미국 상위 10대 기업 채권 발행사 중 5개 자리를 테크 기업이 차지한 반면 오랫동안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을 지배해 온 금융기관의 발행 비중은 최소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전대미문의 설비투자 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클라우드 제공업체 및 신흥 클라우드 기업들은 향후 3년간 AI 인프라 확장 및 구축에 약 4조5000억달러(약 6013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테크 기업들의 채권 시장 의존도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물량은 시장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올해 초만 해도 AI 인프라 관련 채권에 투자자들이 열광했으나, 대형 발행이 잇따라 성공을 거둔 이후 기술 투자에 대한 수익 회수 시점과 과잉 투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펀드들은 관망세로 돌아서며 더 높은 금리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데이터센터 개발사가 발행한 투자적격 채권의 금리는 최고 7.2%, 고금리 채권은 10%까지 치솟았다.

유가 상승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프랑스 국채 투매 현상 등이 겹치면서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 최근 일부 미국 국채 금리가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AI 투자발 자금 수요 폭증은 통화정책 당국의 경계 대상에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신중한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시장에서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027년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