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프랑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2028년 부채비율 GDP 124%"
국채 10년물 금리 24년 만에 5% 돌파, 3분기 역성장 겹쳐
내년 대선 앞둔 정치 분열에 재정 건전화 '안갯속'
[파이낸셜뉴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장기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다. 다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성장 둔화와 차입 비용 상승, 재정적자 확대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이미 취약한 부채 구조가 더 나빠졌다는 판단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피치는 3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평가 결과를 내놨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위험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다. 피치는 이번 조치가 정기 평가 일정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2027년 2월 말까지 프랑스 등급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8월 평가 이후 신용도에 중대한 변화가 생겨 다음 정기 평가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피치는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5년 115.7%에서 2028년 약 124%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전망치 122.7%보다 1.3%포인트 높다. 부채를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누적 재정 조정 규모도 GDP의 3.0%에서 3.5% 수준으로 커졌다고 추정했다. 피치는 "프랑스 부채비율은 A등급 국가 중간값의 약 두 배"라며 "공공지출 상당 부분은 정치적으로 줄이기 어렵고 조세 부담도 이미 높아 추가로 세수를 늘릴 여지가 작다"고 지적했다.
시장 불안은 국채 금리로 먼저 나타났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1일 5%를 넘었다. 2002년 7월 이후 약 24년 만이다. 다음 날에는 장중 5.14%까지 치솟았다. 피치에 따르면 10년물 금리는 8월 평가 당시 4.1%에서 10월 말 4.9%로 올랐다. 독일 국채(분트)와의 금리 차는 한때 174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150bp대로 좁혀졌다. 피치는 "주요국보다 금리 상승 폭이 훨씬 커 시장 신뢰 변화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GDP 대비 이자 비용은 2025년 2.5%에서 2028년 3.3%로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등급대 국가 중간값(1.5%)의 두 배를 웃돈다.
실물경제 지표도 부진하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3분기 GDP는 전 분기보다 0.1% 줄었다. 시장 예상치(0.1% 증가)와 정반대 결과다. 기업 설비투자가 0.6% 줄어든 것이 역성장을 이끌었다. 프랑스 경제는 1분기 마이너스 0.2%, 2분기 0.0%에 이어 올해 들어 한 번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지 못했다. 앞서 피치는 9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5%, 0.9%로 낮췄는데, 이번 지표로 하향 위험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정치 지형은 재정 건전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프랑스는 내년 4~5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다. 여론조사에서는 극우와 극좌 후보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피치는 "정치 지형이 심하게 분열돼 신뢰할 만한 재정 전략에 합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고교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로 시작된 시위가 공공서비스와 생활비 문제를 둘러싼 전국적 소요로 번진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430억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등을 담았다. 이를 통해 올해 GDP의 5.4%인 재정적자를 내년 5.0%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추가 조치가 없으면 내년 적자가 6.4%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 자체 추산도 내놨다. 피치는 의회 과반이 없더라도 헌법상 장치를 동원해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성장 둔화와 협상 과정의 양보를 반영해 내년 적자를 5.5%로 전망했다. 롤랑 레스퀴르 경제장관은 "연말 전에 책임 있는 예산을 통과시켜야 할 시급성을 보여준다"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앞서 예산 확보를 위해 어떤 수단이든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디스는 지난 23일 프랑스 등급을 Aa3, 전망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S&P글로벌은 A+, 전망 '안정적'을 부여하고 있으며 다음 달 27일 평가를 앞두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피치까지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S&P 결과에 따라 프랑스 국채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치는 프랑스의 대규모 고소득 경제와 견고한 제도, 유로존 회원국 지위, 은행 부문의 회복력은 여전히 등급을 떠받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GDP 대비 순대외부채가 40%로 같은 등급대에서 가장 높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았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