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고1부터 베트남 입시 포기하고 한국 대학 준비...고대 '과잠' 입는 게 평생 소원"[르포]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현지 방문객들이 국내 76개 대학 및 유관기관 부스를 둘러보며 한국 대학 입시 정보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현지 방문객들이 국내 76개 대학 및 유관기관 부스를 둘러보며 한국 대학 입시 정보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다른 대학과 다른 경희대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다른 학교는 언론홍보학과인데 미디어학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시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경희대 부스를 찾은 하노이외국어대부속영재고 한국어반 11학년 린양은 이같이 물으며 꼼꼼하게 메모를 이어갔다. 장학금 정보와 전공 소개 책자를 챙긴 린양은 곧바로 고려대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참석 전에 미리 가고 싶은 대학 5곳을 정리해 뒀다"는 린양은 "대학 네임밸류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학사 과정과 미국·일본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 국제화 역량을 중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성 경희대 국제교육원 계장은 "학생들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온 덕분에 단순한 입시 정보를 넘어 학교 고유의 특색과 국제화 프로그램까지 깊이 파고드는 질문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단국대 부스를 찾은 학생이 입학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단국대 부스를 찾은 학생이 입학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고1부터 한국 유학 준비...사전 등록만 2400여명 몰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76개 대학·유관기관이 총출동해 현지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온라인 사전 등록에만 2400여명이 몰렸고, 현장 등록을 위한 긴 줄이 이어졌다. 일부 인기 대학 부스는 1시간이 넘는 대기 시간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유학원 단체 인솔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이번 박람회에는 10·11학년 고등학생들과 학부모가 직접 동행한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 한국 유학의 '저연령화' 현상이 뚜렷했다.

학부모 란씨는 "중학교 때부터 한국 유학을 간절히 원한 딸을 위해 법학과 심리학이 강한 대학들을 둘러보고 있다"며 "조카가 베트남 명문대 대신 한국 유학을 가며 '캠퍼스 생활을 통해 시야를 넓혔다'며 큰 만족감을 드러내 딸의 꿈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짱씨는 "지리적 근접성과 훌륭한 치안은 물론, 반도체·AI 분야의 경쟁력과 노벨문학상 배출 등 문화적 역량까지 갖춘 한국에서 아이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짱씨의 딸 쩌우아잉양은 하노이외국어대부속영재고 한국어반에 재학 중이다. 쩌우아잉양은 "한국어반 학생 중 25% 이상이 한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 한국어능력시험(TOPIK) 6급을 취득한 상태로 고려대 진학을 목표로한 쩌우아잉양은 "고려대 과잠(학교 과 점퍼)을 입고 서울 지하철을 타보는 게 꿈"이라며 말했다.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현지 방문객들이 국내 76개 대학 및 유관기관 부스를 둘러보며 한국 대학 입시 정보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현지 방문객들이 국내 76개 대학 및 유관기관 부스를 둘러보며 한국 대학 입시 정보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한류 넘어 '커리어 목표'로...다변화되는 입시 전략
유학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K-팝이나 드라마 등 한류 문화에 이끌려 막연히 한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한 '실질적인 진로 설계'의 일환으로 한국 유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현지 유학원을 운영 중인 쑹씨는 "이제 한국 대학 졸업장은 한국과 베트남을 넘어 제3국 진출 시에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무기"라며 "과거에는 한류 영향이 컸지만, 최근에는 뚜렷한 커리어 목표를 위해 10학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는 학생들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학연수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본과에 진입하거나 전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학부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등 입시 전략이 다변화되고 있다"며 "지원 전공 역시 국어국문·미디어를 넘어 공학과 디자인 분야로 다채롭게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이미연 주베트남 대사(왼쪽에서 세 번째)와 강기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관계자들과 한국외대 부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10월 31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 첫날 이미연 주베트남 대사(왼쪽에서 세 번째)와 강기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관계자들과 한국외대 부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준석 특파원

'유학생 1위' 베트남 잡기...총장들도 총력전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 중 베트남 학생 수가 중국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고등교육기관 재학 외국인 유학생 30만 7464명 중 베트남 출신은 9만 6834명(31.5%)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대학들의 유치전도 치열해졌다. 조홍선 국립군산대 국제교류교육원 행정실장은 "현재 57명 가량인 베트남 유학생을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베트남인 행정직원을 직접 채용하는 등 현지 맞춤형 지원 체계를 본격적으로 다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대 관계자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서울' 선호도가 압도적이었으나, 최근 부산 지역의 도시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부산대에 대한 관심과 문의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라며 "현재 전체 학부 유학생 중 베트남 학생이 7위, 대학원은 2위를 차지하며 비중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도 베트남 인재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유수임 서울대 국제협력지원과 담당자는 "박람회 현장에서 학생들이 수업 중 영어 강의 비중이나 경영학, 언론정보학 등 인기 전공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의했다"며 "개발도상국 출신 인재들을 위한 장학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베트남 유학생 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유학 박람회에는 강기훈 한국외대 총장과 최준규 가톨릭대 총장 등 대학 수장들도 직접 방문해 베트남 유학생 유치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강기훈 한국외대 총장은 베트남 유학생 유치 전략으로 45개 언어와 지역학의 강점을 내세우며, "AI·반도체 등 공학 분야와 외국어를 결합한 융합교육으로 ASML·TSMC 등 글로벌 기업 취업을 뒷받침하고, 내년 개교하는 송도 캠퍼스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비즈니스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유학생 유치의 양적 확대를 넘어 교육의 질적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학업부터 국내 취업과 정주까지 전 과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 총장은 베트남을 외대의 핵심 전략 지역으로 꼽으며, 내년 초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외대 국제전략연구원(HIIS)을 발판 삼아 현지 명문대들과 교류 협력에 속도를 낸다. 베트남외교아카데미, 하노이국립외대, 호찌민인문사회대 등과 '2+2 교육과정'을 추진해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방침이다.

강 총장은 "우수한 베트남 인재들을 영입해 한·베트남 관계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인재로 키우고 싶다"며 "한국외대가 그동안 이어온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와 협력을 한층 발전시켜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그 어느 대학보다 충실히 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유학 박람회와 동시에 취업관에서는 한국 유학 이후의 진로와 취업 기회를 탐색할 수 있도록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의 취업·진로 상담 부스를 운영하고, 한국 취업특강을 개최했다. 대사관에서는 유학 비자 설명회도 진행됐다.

김현동 하노이한국교육원장은 "이번 박람회가 학생들에게는 성장과 진로 설계의 기회가 되고, 양국 대학에는 우수 인재 양성과 지속적인 교육협력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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