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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꿈의 1조 달러' 눈앞인데…수출 절반이 반도체 '쏠림의 그늘'

뉴스1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5% 증가한 1209억 4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처음 1200억 달러를 넘어섰고, 1~9월 누적 수출액도 8145억 달러로 사상 처음 8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수출도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 6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무역수지 흑자는 5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6.10.1 ⓒ 뉴스1 김영운 기자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5% 증가한 1209억 4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처음 1200억 달러를 넘어섰고, 1~9월 누적 수출액도 8145억 달러로 사상 처음 8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수출도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 6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무역수지 흑자는 5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6.10.1 ⓒ 뉴스1 김영운 기자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26.8.11 ⓒ 뉴스1 구윤성 기자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26.8.11 ⓒ 뉴스1 구윤성 기자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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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 구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14 ⓒ 뉴스1 박지혜 기자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제28회 반도체대전)’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 구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14 ⓒ 뉴스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김우진 김승준 기자 =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을 눈앞에 뒀다. 1995년 연간 수출액 1000억 달러를 처음 돌파한 지 31년 만이다. 달성에 성공하면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꿈의 1조 달러' 고지에 오르게 된다.

수출 신기록을 이끈 일등 공신은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지난달 전체 수출의 절반가량을 반도체가 차지했다.

다만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데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에는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선 대미 무역흑자가 미국의 통상 압박을 자극할 가능성도 부담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한 93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9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연간 1조 달러까지 약 700억 달러만 남았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11월 중 연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1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까지 31년…수출 주역도 달라졌다

우리나라 연간 수출은 1995년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31년 만에 10배 규모로 성장했다. 그사이 수출 주력 품목도 자동차·선박 등 중화학공업 제품에서 정보기술(IT) 제품과 석유제품을 거쳐 반도체로 바뀌었다.

1995년에는 자동차와 선박 등 중화학공업 제품이 수출을 주도했다. 2004년 연간 수출 200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06년 3000억 달러, 2008년 4000억 달러를 차례로 돌파했다. 이 시기에는 무선통신기기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IT 제품과 석유제품이 수출 성장의 중심에 섰다.

2011년에는 선박과 석유제품 등의 호조로 5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18년에는 6000억 달러 고지를 밟았다. 특히 2018년은 반도체가 단일 품목으로 처음 연간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세계 여섯 번째로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지난 6월 월간 수출이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9월에는 1211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0월에도 1153억 달러로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우며 누적 수출 9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조 달러' 이끈 반도체…AI가 수요 키웠다

올해 수출 급증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수출액이 가파르게 늘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9.4%에서 지난해 24.4%로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는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져 9월 49.8%, 10월 49.0%까지 확대됐다. 지난달 수출액의 절반을 반도체가 벌어들인 셈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8월 467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9월에는 603억 달러로 처음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0월에는 564억 달러로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유지했다.

반도체 호황은 1년 전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올해 반도체 수출이 5.9% 늘어 1840억 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수출은 711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반도체 수출은 상반기에만 1924억 달러로, 무협이 예상한 1년 치를 이미 넘었다. 1~10월 누적은 396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93% 늘었다. 최근 석 달 평균 흐름이 이어지면 연간 반도체 수출은 5000억 달러를 넘는다. 전체 수출도 이미 무협 전망치(7110억 달러)를 2000억 달러 넘게 웃돌았다.

반도체 수출액 89%는 메모리…D램값 3배로 뛰어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는 메모리가 있었다. 10월 반도체 수출액 564억 달러 가운데 89%인 501억 달러가 D램과 낸드,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메모리였다. 전체 수출액으로 놓고 봤을 때 43.5%를 차지한 셈이다.

메모리 수요를 끌어 올린 건 AI다. 예정처가 지난 6월 내놓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올해 우리 경제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학습을 넘어 실제로 답을 내놓는 추론 단계로 넓어지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메모리가 핵심 부품이 됐다. 메모리 기술과 생산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기업들이 그 혜택을 누렸다는 게 예정처의 분석이다.

메모리 수요가 몰리자, 가격이 뛰었고, 수출액도 덩달아 불었다. 한국은행 수출금액지수는 9월 2020년의 2.9배 수준인데, 수출물량지수는 1.8배에 그쳤다. 많이 팔기보다 비싸게 팔아 수출액이 늘어난 셈이다. 산업부도 빅테크들의 설비 투자와 메모리 가격 상승을 반도체 수출 급증의 이유로 꼽았다.

문제는 메모리 값이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오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DDR4 8Gb 고정가격은 1년 만에 3배 넘게 뛰었다. 시장에서는 더 오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3분기 기준 D램과 낸드 가격이 전저점(2023년 2분기) 대비 각각 9배, 7배 내외 상승한 만큼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 중”이라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수출이 워낙 많이 늘어난 만큼 내년에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수 있다. 예정처는 지난 9월 경제전망에서 통관 기준 수출 증가율이 올해 54.0%에서 내년 10.0%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에는 2.6%까지 떨어진다. 올해 반도체·컴퓨터 수출이 1~8월에만 181.1%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증가세를 더 끌어내릴 수 있는 위험 요인도 있다. 예정처는 먼저 반도체 호황을 떠받치는 빅테크 투자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빅테크들은 남는 현금이 줄자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금리와 신용 여건이 나빠지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커져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전력 인프라 부족도 메모리 수요 증가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를 공급할 발전·송전 설비가 부족하면 데이터센터 신·증설이 늦어진다. 그만큼 메모리 수요도 예상보다 더디게 증가할 수 있다.

중국의 추격도 변수다. 예정처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을 빠르게 늘리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내다봤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호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류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 부족의 강도는 2027년에 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책임연구원도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는 더 이상 미래의 수요를 위한 선증설이 아닌 현존하는 수요가 되어가고 있다”며 "주요 데이터센터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는 2027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미 흑자 첫 1000억 달러 돌파…통상 압박 '부메랑' 우려

수출 급증에 따른 대미 무역흑자 확대도 새로운 통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이 급증하면서 올해 누적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10월 대미 수출은 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1년 전의 3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은 이제 반도체 주요 시장이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은 우리 반도체 수출 대상국 가운데 5위였다. 올해 1~7월에는 대미 반도체 수출이 대미 자동차 수출보다 많아졌다.

현재까지 올해 연간 대미국 무역흑자는 1023억 달러다. 연간 최대였던 2024년(556억 달러)의 2배에 가깝다. 10월 한 달에만 176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빌미로 관세를 앞세워 압박해 왔다. 지난해 4월에는 대미 흑자를 문제 삼아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올해 초에는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늦어지자, 자동차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반도체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재차 반도체 관세 카드를 건드리기 시작했다"며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압박성 조치"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대외 변수를 경계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여전히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요국과의 통상협력을 강화해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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