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1조달러 수출 코앞인데 중산층 소득은 뒷걸음질

파이낸셜뉴스

반도체만 호황, 온기가 전달 안돼
재정 효율 높이고 과감한 혁신을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1~10월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한 9300억 달러로 집계되는 등 사상 처음으로 9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1~10월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한 9300억 달러로 집계되는 등 사상 처음으로 9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수출이 이달 꿈의 1조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153억달러로 지난해 동월 대비 93.7% 급증했다. 누적 수출액은 9300억달러를 기록해 이달 안에 무난히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1조달러 수출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네번째다. 이재명 대통령은 X에 "100억 달러 수출 축하가 엊그제 같은데 감격"이라며 '위대한 대한국민 만세'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1조달러 금자탑은 한국 수출 역군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값진 성취다. 반세기 전 맨발로 세계 시장을 누비며 길을 열었던 이들이 오늘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웅장한 지표와 현장 경기의 괴리감이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2024년 소득이동 통계를 봐도 그렇다. 중간 소득계층(3분위) 중 전년보다 근로·사업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전체의 40%에 이른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득이 감소한 사람 가운데 세명 중 한명은 전년보다 절반 이하로 소득이 떨어졌다.

기록적인 수출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4분기 경제도 깜짝 성장이었지만 민간소비는 오히려 감소했고, 소매 판매도 2분기 연속 뒷걸음쳤다. 화려한 수출과 성장률 지표에도 중산층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주력 산업 대부분이 위기인데도 반도체 호황에 가려졌다. 수출의 견인차였던 자동차, 석유제품 등 주력 업종은 중국의 굴기와 세계 보호장벽, 지정학 리스크로 중대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현대차는 지난 3·4분기 6년 만에 처음 매출이 뒷걸음쳤다. 석유업계 역시 고유가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를 누렸을 뿐 실체 수출 물량은 오히려 더 줄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 자산이지만 지나친 편중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고, 1년 새 259% 폭증했다. 일각에선 이런 초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의 기술주 폭락도 천문학적인 인공지능(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결과다. 당장 AI 투자 열풍이 꺾이거나 한국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단정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둔화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수출과 경제 전반이 받을 충격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보다 경제체질을 바꾸는 노력이다. 반도체가 벌어준 호황의 시간을 산업구조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선·바이오·방산 등 다른 주력산업의 생산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고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수출의 성과가 일자리와 가계소득 증가, 중산층의 구매력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내년도 821조원 예산 역시 지출 규모보다 실질적인 성장 효과를 따져야 한다. 물가 부담만 키우는 소모성 지출은 걸러내야 한다. 합리적 재정운용과 과감한 구조개혁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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