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 GM '전기차 올인'서 하이브리드로 선회…현대차·기아에 도전장

뉴스1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1 ⓒ 뉴스1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1 ⓒ 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전기차에 집중해 온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 투자에 나선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유가로 하이브리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자 전동화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로 수익성을 방어해 온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추가되는 셈이다. 특히 GM이 미국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3열 대형 SUV를 앞세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급 차종인 '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모델과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GM, 트래버스·엔클레이브·아카디아 하이브리드 내놓을 듯

2일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GM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 랜싱 델타 타운십 공장에서 향후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차종과 생산 시점은 출시가 가까워지면 공개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현재 쉐보레 '트래버스'와 뷰익 '엔클레이브', GMC '아카디아' 등 3열 대형 SUV를 생산한다. 지난해 생산량은 29만 1000대 이상으로 공장 설립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GM은 미국 에너지부와 기존 생산시설 전환 지원금의 용도를 조정해 하이브리드 생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로이터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GM이 이들 3개 차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여러 차급에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GM이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쉐보레 '타호'와 GMC '유콘' 등 대형 SUV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2013년형을 끝으로 단종했다. 이후 중형 세단 '말리부' 하이브리드도 2019년형을 마지막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도 스포츠카 '콜벳'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지만, 이번 투자는 대중차 시장으로 제품군을 다시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GM은 하이브리드 개발에 따른 비용과 생산 복잡성을 이유로 전기차 투자를 우선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연방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올해 2월 중동전쟁 발발에 따른 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미국 소비자의 선택도 달라졌다. 연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가 주목받자, GM 판매점들도 차종 확대를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경쟁사 포드는 GM보다 먼저 방향을 틀었다. 2024년 8월 개발 중이던 3열 순수전기 SUV 계획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SUV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형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차세대 모델을 엔진으로 발전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美 하이브리드 인기 대형 SUV로 확대…GM·포드 시장 진입 전 '굳히기' 필요

현대차·기아는 이미 '하이브리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양사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플러그인 하이브리드, PHEV 포함)은 2022년 12만 4191대에서 2023년 18만 3541대, 2024년 22만 2486대, 지난해 33만 1023대로 늘었다.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38.7%다.

올해 들어서는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1~9월 판매량은 36만 3433대로 전년 동기 22만 6238대보다 60.6% 증가했다. 불과 9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9.8% 웃돈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미국 내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에 따른 '믹스(판매 구성) 개선'을 이익 방어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하이브리드 SUV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익스피리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차 하이브리드(PHEV 포함) SUV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는 혼다 준중형 SUV 'CR-V'와 토요타 준중형 SUV 'RAV4'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기아 준중형 SUV '스포티지'와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은 각각 5위와 6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기아 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각각 9위와 10위에 올라 미국 내 하이브리드 SUV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절반을 현대차·기아가 차지했다.

특히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까지 순위권에 진입하면서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대형 SUV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M이 하이브리드 출시를 준비하는 트래버스·엔클레이브·아카디아 역시 3열 좌석을 갖춘 만큼 향후 가족용 SUV 시장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GM과 포드의 시장 진입 속도다. 아직 출시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현대차·기아에는 3열 하이브리드 SUV의 고객 기반을 넓힐 시간이 남아 있다. 다만 미국 내 생산 기반과 기존 SUV 고객층을 갖춘 GM이 가세하면 상품성과 가격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지출이 늘어 내연기관·전기차 대비 높은 하이브리드 수익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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