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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61경 번 연산… K-문샷 등 과학 난제 풀 '한강' 가동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KISTI, 국가슈퍼컴 6호기 공개
대규모 계산·AI 기반 연구에 활용
5호기 대비 연산 성능 24배 향상
GPU 8496개…저장공간은 10배
국가 R&D 이어 산업계까지 지원
"내년 양자컴 연동, 하이브리드로"

2일 본격 가동된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모습. 사진=연지안 기자
2일 본격 가동된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모습. 사진=연지안 기자

#. 미세한 기계 소음이 이어지는 공간에 들어서자 천장 가까이 솟은 대형 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컴퓨터 본체를 연상시키는 장비들이 벽장처럼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자 소음이 한층 커졌다. 촘촘하게 연결된 전선과 배관 사이로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장치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공개된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의 모습이다.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이론 연산성능을 24배 높인 한강은 대규모 과학계산 뿐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까지 지원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다. 2일 가동식을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2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식 KISTI 원장은 "6호기 '한강'은 연구소 대도약을 지원하는 초고성능 슈퍼컴"이라며 "한강처럼 원활하게 흐른다는 맥락에서 과거 '한강의 기적'과 같은 좋은 연구 성과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산성능 24배·GPU 8496개

슈퍼컴퓨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하고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국가 슈퍼컴퓨터 1호기를 도입한 이후 과학기술 연구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한강'의 가장 큰 변화는 연산성능 향상과 AI 연구 지원 기능이다. 기존 5호기 '누리온'이 주로 중앙처리장치(CPU) 기반의 계산과학·시뮬레이션 연구를 지원했다면, 한강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AI 기반 과학연구까지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한강'에는 엔비디아의 CPU·GPU 통합 가속기인 'GH200'을 비롯해 GPU 8496개와 CPU 9936개가 탑재됐다. 이론 연산성능은 614페타플롭스(PF)로, 1초에 약 61경4000조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5호기와 비교하면 이론 연산성능은 24배, 저장공간은 10배, 네트워크 성능은 4배 향상됐다.

홍태영 KISTI 슈퍼컴퓨팅인프라센터장은 "10월 하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슈퍼컴 6호기는 5호기 대비 CPU 기준 6.5배 성능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슈퍼컴의 열을 직접 냉각해 비용을 줄이고, 장기 데이터 보관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AI 지원 인력을 대폭 늘린 것도 5호기와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8년부터 운영된 5호기 '누리온'은 도입 당시 글로벌 11위 슈퍼컴으로 등재됐다. 국내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대규모 계산과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면서 중금속 노출이 유전자 발현과 간 기능에 미치는 영향, 차세대 배터리 양극재의 성장 메커니즘 등 다양한 과학기술 연구에 활용됐다. 지난 7년간 가동률 99%로 모두 3500여개 연구과제를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국가 R&D에 85% 배분

'한강'은 단순히 계산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연구개발(R&D)과 산업계의 AI 활용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운영된다. KISTI는 전체 연산자원의 55%를 R&D 혁신 분야에 배분하고, 30%는 국가전략과제에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15%는 산업혁신에 활용한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초·도전적 연구부터 기업의 기술개발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 것이다. 특히 국가전략과제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K-문샷' 등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AI와 과학기술을 결합해 기존 연구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대규모 연산자원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산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고성능 GPU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AI 기업들의 활용 수요가 예상된다. KISTI는 기업들이 슈퍼컴퓨터를 기술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산자원 뿐 아니라 기술지원도 제공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양자컴퓨터와 연동한 하이브리드 연구환경 구축도 추진한다. 슈퍼컴퓨터의 대규모 계산 능력과 양자컴퓨터의 특정 연산 특성을 결합해 연구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국가슈퍼컴 6호기 '한강'은 AI와 과학기술의 융합을 지원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 갈 핵심 기반"이라며 "K-문샷 등 국가적 난제 해결과 산·학·연의 혁신적인 연구를 적극 지원해 대한민국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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