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인터뷰] "경찰이 지켜야 하는 건 누군가의 무사한 귀가"... 작가가 된 경찰서장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 영등포경찰서장 김두연, 자전 웹소설 '경찰의 길' 연재
봉화 산골 소년에서 경무관까지 28년… 네이버 시리즈서 첫 12화 무료 공개

영등포경찰서장을 지낸 김두연 이도 상임감사는 최근 지난 28년간의 경찰 생활을 담은 자전적 웹소설 '경찰의 길' 연재를 시작했다. 본인 제공
영등포경찰서장을 지낸 김두연 이도 상임감사는 최근 지난 28년간의 경찰 생활을 담은 자전적 웹소설 '경찰의 길' 연재를 시작했다. 본인 제공

[파이낸셜뉴스] 검정고무신을 신고 십 리 산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던 경북 봉화의 산골 소년은 훗날 서울 치안의 요충지로 꼽히는 영등포경찰서를 이끌었다. 김두연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이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쓴 웹소설 '경찰의 길: 사람을 지키는 선택'을 최근 네이버 시리즈에 연재하고 있다. 김 작가는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시간이 흐르니 제가 이룬 일보다 저를 일으켜 준 사람들이 더 선명해졌다"며 "그분들에게 받은 온기를 이제 이야기로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1965년 봉화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 해운대고와 경찰대(4기)를 졸업하고 경위로 임관했다. 정보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으며 구로·양천경찰서 정보과장, 강원 화천·경남 거창경찰서장, 경찰청 정보3과장 등을 지냈다. 2011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영등포서는 전국 249개 경찰서 가운데 '2012년 치안성과 최우수 경찰서'로 선정돼 대통령 단체표창을 받았다. 이후 경찰청 보안2과장 등을 거쳐 2016년 경무관으로 명예퇴임했다. 퇴임 뒤에는 애경그룹 계열 마포애경타운 대표이사를 지냈고, 현재는 이도 상임감사와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올해 초에는 자전 에세이 '사람과 길'을 펴냈다.

그가 25대 1의 경쟁을 뚫고 경찰대에 진학한 건 산골에서 본 이웃들 때문이었다. 김 작가는 "가난한 산골에서 자라며 어려움을 겪어도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는 이웃들을 보았다"며 "누군가 힘들고 두려울 때 망설이지 않고 찾아갈 수 있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오랜 경찰 생활과 현재까지도 그를 관통하는 단어는 '사람'이다. 28년 경찰 생활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아 있는 기억은 영등포역 앞에 32년 만에 횡단보도를 다시 놓은 일이다. 길 건너편이 눈앞인데도 노인과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시민들은 지하도 계단 앞에서 발이 묶였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지상으로 사람이 다니면 생계가 위태로워질까 걱정했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까'라고 말했다"며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습니까'라는 답을 듣고서야 옳은 말을 하는 것만으로는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돌아봤다.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상인들의 걱정을 거듭 들은 끝에 횡단보도가 놓였다. 그는 "횡단보도를 건넌 어르신의 '이제야 사람답게 건너네요'라는 말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며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위해 횡단보도를 만든 것처럼 그의 경험을 담은 책을 펴내는 것도 미래의 독자에게 길을 만드는 일과 다름없다.

재임 중이던 2012년 8월에는 여의도 한복판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여의도 흉기 사건 현장에서 잡았던 피해자의 손을 잊지 못한다"며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피해자의 손도, 제 손도 떨렸다"고 회고했다. 이어 "경찰이 지켜야 하는 것이 결국 누군가의 무사한 귀가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에세이에 이어 웹소설을 택한 건 젊은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그는 "휴대전화로 조금씩 읽을 수 있는 웹소설이라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설명하고 싶은 마음을 줄이는 일"을 꼽았다. 긴 세월을 모두 담으려 하면 경력을 나열하기 쉬워, 회차마다 중심이 되는 경험과 선택에 집중하고 감정은 장면과 대화로 보여주려 했다는 설명이다. 주인공 이름을 '대도'로 바꾼 데 대해선 "저 자신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고, 부족했던 선택도 돌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정보·보안 분야 경험은 절제해서 다뤘다. 구체적인 정보 내용이나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 상황은 빼고, 국가적 행사와 주요 치안 현안을 배경으로 당시의 책임과 고민을 중심으로 썼다. 그는 "드러나지 않는 일일수록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고 판단을 절제하는 태도가 중요했다"고 했다.

기업에서 안전 업무를 맡은 경험도 작품에 담았다. 그는 "사람이 다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목적은 같다"면서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예방에 들인 돈과 노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기업 안전의 어려움을 짚었다.

현장 후배들에게는 "현장에서는 짧은 순간에 판단해야 하지만, 그 판단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그 기대를 감당할 인력과 교육, 장비와 지원이 충분한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잘못은 분명히 바로잡되, 개인의 책임과 함께 조직과 제도의 빈틈도 살펴야 한다"며 "후배들이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믿고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료 연재를 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누군가에게 다시 걸어갈 용기나 하루를 견딜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글을 쓴 보람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완결 이후 출간이나 영상화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우선 독자들과 약속한 이야기를 정성껏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웹소설 '경찰의 길' 캡처.
웹소설 '경찰의 길' 캡처.

■웹소설 '경찰의 길'
'경찰의 길: 사람을 지키는 선택'은 김두연 작가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주인공 '대도'의 성장과 선택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자전성장·휴먼드라마 웹소설이다. 이야기는 경북 봉화 산골의 유년 시절에서 출발해 낯선 도시 부산에서의 방황, 25대 1의 경쟁을 넘어선 경찰대 입학과 훈련으로 이어진다. 영등포 파출소장에서 경찰서장, 경찰청 정보과장에 이르는 28년 동안 대도는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책임, 도움이 절실한 사람의 사정, 동료와 가족을 향한 미안함이 한순간에 겹치는 장면들을 마주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정보 업무를 다룬 대목은 구체적인 정보 내용 대신 국가적 행사와 주요 치안 현안을 배경으로 당시의 책임과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 제복을 벗은 뒤 기업에서 맞닥뜨린 안전과 청렴의 과제, 이웃과 후배를 위한 봉사도 그려지며, 이야기는 고향 봉화의 미래를 상상하는 데까지 닿는다. 봉화의 미래를 다룬 대목은 실제 경험이 아닌 작가의 구상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부모의 희생과 스승의 가르침, 동료의 우정처럼 실패 뒤에도 대도를 다시 걷게 한 사람들이 있다. 독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성장 서사다. 일부 인물과 대화, 사건 전개는 문학적으로 각색됐으며, 작가는 작품 속 서술이 특정 개인·기관·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실제 사건의 책임을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작품은 지난 2일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를 시작해 첫 12화를 모두 무료로 공개했고, 앞으로 주 3회 독자를 찾아간다. 청소년과 청년, 현장을 지키는 후배 경찰관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무료 연재를 택했다.

[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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