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없어도 자라는 신장암…성장 막는 '스위치' 찾았다 [헬스LAB]
[파이낸셜뉴스] 암세포도 산소가 부족하면 살아가기 어렵지만 일부 암세포는 영양분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꿔 이런 환경에서도 성장을 이어간다. 특히 신장암은 이러한 적응력이 뛰어난데, 국내 연구진이 신장암 세포의 성장에 제동을 거는 단백질의 새로운 작동 원리를 밝혔다. 암세포가 성장에 필요한 물질을 확보하는 과정을 차단하는 표적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4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UNIST 생명과학과 윤혜진 교수팀은 산소 감지 단백질인 'PHD3'가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 투명세포 신장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암 조직은 빠르게 늘어나는 암세포에 산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산소가 부족해지기 쉽다. 신장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투명세포 신장암은 이러한 저산소 환경에서 적응력이 뛰어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PHD3는 미토콘드리아 안의 PC라는 효소를 억제해 암세포의 성장에 제동을 건다. PC는 대사 과정에서 소모되는 물질을 보충해 포의 성장을 돕는 효소다.
저산소 환경에서는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는 PHD3가 줄어 PC를 억제하는 작용이 약해지고 암세포가 잘 자라게 된다. 실제 실험에서 PHD3의 양을 줄인 신장암 세포는 PC의 활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에 필요한 대사물질이 늘고, 미토콘드리아 호흡도 활발해졌다. 암세포의 증식과 이동 능력도 함께 커졌다.
PHD3가 PC의 활동을 억제하는 세부 기전도 밝혀냈다.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간 PHD3는 PC에 직접 결합한 뒤 특정 부위에 산소와 수소로 이뤄진 '수산기'를 붙여 활성을 낮췄다. PC의 양을 줄이는 대신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작동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윤혜진 교수는 "주로 세포질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PHD3가 미토콘드리아 내부로도 들어가 암세포의 대사를 직접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암 억제 단백질의 양뿐 아니라 세포 내 위치도 중요하다는 뜻으로, PHD3와 PC의 조절 관계를 활용한 신장암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데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익스페리멘털 앤드 몰레큘러 메디슨(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9월 2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