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대학 산학협력단, 누구 위해 존재하나

파이낸셜뉴스

교수가 수주한 연구비서 징수한
간접비가 산학협력단 주요 재원
연구지원보다 행정적 통제 치중
산업협력단 폐지·기능 축소
연구비 관리·집행업무 이관
대학의 연구 역량 강화해야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대학교수들이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그 존재 이유에 가장 큰 의문을 갖게 되는 조직 중 하나가 산학협력단이다. 본래 산학협력단은 연구비의 일부를 간접비로 징수하여 연구자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연구비에서 징수한 간접비가 실제 연구수행자에 대한 지원과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도한 행정절차와 경직된 규정 적용으로 오히려 연구활동을 제약하고, 때로는 연구자를 지원하기보다 그 위에 군림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는 점이다.

먼저 대학재정알리미에 공시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산학협력단의 회계 자금계산서를 살펴보자. 주목할 항목은 산학협력단에서 대학의 학교회계로 이전하는 '학교회계전출금'이다. 2025년 기준 학교회계전출금은 서울대 약 382억원, 연세대 약 301억원, 고려대 약 276억원에 달한다. 이는 각 대학 산학협력단의 총간접비 수익 대비 각각 26.3%, 32.8%, 34.8%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특히 고려대는 2024년 약 116억원으로 간접비 수익의 18.6%였던 학교회계전출금이 불과 1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다음으로 심각한 문제는 연구비를 수주한 연구자와 산학협력단 사이의 비효율적 관계이다. 대학의 연구비 관리체계는 연구비 공여기관, 산학협력단, 연구 운영조직, 연구자로 이어지는 4단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에서 산학협력단은 연구비 공여기관과 연구 운영조직 사이의 중개 역할을 담당한다. 실질적인 연구 수행과 예산 집행에 필요한 행정업무는 대부분 운영조직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산학협력단은 제출된 서류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더욱이 산학협력단은 수입의 일부를 연구 운영조직에 운영비로 배분하면서도 그 기준을 충분히 공개하거나 연구자들과 협의하지 않아 자의적 배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 구성원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수주한 연구비의 일부로 운영되는 산학협력단이 정작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간접비 수입의 상당 부분이 학교회계로 이전되지만 그 재원이 실제 연구환경 개선이나 연구자 지원으로 얼마나 환원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언론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학술용병' 문제와 관련, 해외 학자들에게 대학 소속을 부여하고 이들의 논문 출판 실적에 대한 대가로 이러한 재원이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정작 대학 소속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실적에 대한 인센티브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느끼고 있다.

산학협력단의 주요 재원은 교수와 연구자들이 외부에서 수주한 연구비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이다. 따라서 연구자는 단순한 관리 대상이 아니라 산학협력단의 존립 기반을 제공하는 핵심 주체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산학협력단이 연구지원보다 서류 확인과 행정적 통제에 치중하고, 연구지원 기준과 간접비 배분을 연구자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연구비를 확보하고 연구성과에 책임지는 주체와 예산 집행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 사이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산학협력단의 존재 이유는 연구자를 통제하거나 조직 자체를 유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따라서 산학협력단의 성과 역시 조직의 규모나 관리 권한이 아니라 연구자에게 제공한 실질적인 지원과 연구성과에 대한 기여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산학협력단을 폐지하거나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연구비 관리와 집행 업무를 개별 연구조직으로 이관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연구비 집행의 적정성과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감독 기능은 대학본부가 통합적으로 수행하면 된다. 개별 연구 운영조직에서 이미 수행하는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중간 관리조직을 중복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산학협력단이라는 조직의 존속 자체가 아니라 불필요한 행정단계를 줄이고, 연구재원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어 실제 연구활동에 더 많이 투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자에 의해 유지되고 연구자를 위해 존재하는 지원조직이 오히려 연구자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연구 경쟁력은 행정조직의 규모나 복잡한 관리절차가 아니라 연구자의 자율성과 책임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효율적인 연구지원체계에서 나온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