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제조 AI 적극 확산시켜 중기 생산성 혁신해야

파이낸셜뉴스

정부, AI 팩토리 확산 전략을 발표
검증된 모델을 산업 전체 공유키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0월 28일 경북 구미시 구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AX 확산을 위한 AI·제조기업 밋업행사'에서 제조 AI 분야별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0월 28일 경북 구미시 구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AX 확산을 위한 AI·제조기업 밋업행사'에서 제조 AI 분야별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AI 팩토리 확산전략을 3일 내놨다. 한 공장에서 검증된 AI 모델을 다른 공장의 유사 공정에 다시 사용하고 대기업과 협력사, 산업단지 전체로 확산하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공장마다 비슷한 AI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해야 했던 중복 과정을 줄이고 투자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다. 생산 계획부터 제조·검사·물류까지 AI가 통합 제어하는 완전 자율공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개별 공장에 머물던 기술혁신을 산업생태계 전체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은 환영할 만하다.

제조 AI의 잠재력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산업부가 지원한 245개 AI 팩토리 가운데 38개 우수 사례의 경우 생산성은 30.1% 향상되고, 불량률은 15.5% 하락했다. AI를 활용한 공정 최적화와 품질 관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 선도기업의 성공이 곧 제조업 전체의 혁신을 뜻하는 건 아니다. 공장마다 생산설비와 작업환경이 다르고 기술과 자금, 전문인력의 격차도 상당히 있다. 검증된 기술이 실제 현장으로 널리 확산되고 비슷한 성과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인력난과 생산성 둔화에 직면한 중소 제조기업에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재 중소 제조기업의 AI 도입률은 1%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2030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입해 이를 10%로 높이고, AI 도입 기업을 600곳에서 6000곳으로 늘리는 '중소 제조 피지컬 AI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중소 제조기업 10곳 중 9곳은 여전히 AI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제조업의 AI 혁신이 대기업과 일부 우량 중소기업에만 집중된다면 산업생태계의 생산성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이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이고 검증된 기술을 쉽게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제조 AI 확산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차세대 AI 경쟁의 핵심인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할 토대를 제공한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실제 제조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로봇 운용 경험에 좌우된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과 높은 자동화 수준을 갖춘 나라다.

이런 강점을 적극 활용하면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한국과 로봇·AI 팩토리 분야 협력을 늘리는 것도 이런 제조업 기반과 무관하지 않다. 중소 제조기업의 다양한 공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는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귀한 자산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제조 데이터 표준화와 기술 호환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같은 업종이라도 공장마다 설비와 공정이 달라 검증된 AI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업들이 기술유출 우려 없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영업비밀 보호와 데이터 이용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 부처 간 협력도 필수다. 산업부와 중기부, 과기정통부의 지원사업이 중복되거나 보급 실적 경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기업 스스로 AI를 활용하고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다. 중소 제조업의 생산성 혁신을 발판으로 한국이 글로벌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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