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체감물가 급등, 현금성 예산 지출 속도 조절을
외식물가,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전체 2%대 올랐다고 안심 금물
10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8% 올랐다. 석유류가 14.9% 뛰었고, 외식 물가는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전체 물가가 2%대라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통계상의 평균보다 기름값과 밥값에 좌우된다. 정부는 물가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안심하기보다 품목별 부담을 낮추고, 내년 현금성 예산의 집행 속도를 물가 흐름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
당장 물가를 흔드는 변수는 시시각각 변하는 대외여건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일 배럴당 96.46달러로 7%가량 떨어졌다. 하루 변동 폭이 이처럼 크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 신호다. 끝나지 않은 미·이란 전쟁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군이 호르무즈해협 어귀의 이란 케슘섬을 공습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이란 공격을 시사해 국제유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확장재정 기조가 최대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821조원 규모의 내년도 역대급 예산안을 제시했다. 특히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 162조3000억원 중 내년 지출액은 45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성 복지예산은 15조5000억원이라고 한다.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현금성 지출이 한꺼번에 풀리면 물가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돈을 풀어야 내수가 살아나고 성장 엔진이 돌아간다'는 경제 논리가 원론적으로는 맞다. 소비여력이 떨어진 계층에 지원금을 지급하면 생계 부담을 덜고 소비를 지탱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물가 압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재정당국이 돈을 풀어서 소비·투자 수요를 부풀리면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고, 그 부담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비용으로 돌아온다.
체감물가가 높다는 이유로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고 현금 지원을 늘리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2021년 11월 한시조치로 시작된 유류세 인하는 사실상 상시화되면서 가격 신호를 흐리게 하고, 세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 3월 13일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도 10월 물가상승률을 0.8%p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지만, 장기화하면 시장가격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현금성 지출의 집행 시기를 물가지표와 연동하는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늦출 수 있는 사업을 미리 가려내고 분기별로 집행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일시적 세수는 새로운 계속사업을 확대하는 데 쓰기보다 나랏빚을 줄여서 재정건전성과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것이 옳다. 정부는 단순 통계가 아닌 장바구니물가를 기준으로 예산을 조정하고, 국회는 현금성 사업의 집행 조건과 지속 가능성을 면밀하게 심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