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단 뒤에도 갈 곳 있다..日 동네마다 문 연 '치매카페'
[늙어가는 한국, 먼저 늙은 일본에서 답을 찾다-5]
일본 도쿄 'D카페' 전국 9105곳…당사자·가족 고립 막는 동네 모임
참가비 300엔 내고 돌봄·주거·재산 고민 나눠
주민·전문가 함께 해법 모색…못 오는 이웃도 과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지난달 28일 오후 2시, 일본 도쿄 메구로구의 한 주택. 찻잔과 보온병, 자료가 놓인 테이블에 다케우치 히로미치 D카페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대표와 서너 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치매 당사자와 가족, 주민들이 만나는 치매 카페 'D카페·소나에루' 모임이다.
기자도 명단에 이름을 적고 참가비 300엔(약 2550원)을 냈다. 커피 등 모임 비용으로 쓴다고 했다. 뒤이어 도착한 사람들도 자리를 잡고 대화에 합류했다. 별도의 진행자 없이 집과 이사, 가족 얘기가 오갔고 부모의 재택 돌봄과 요양시설 비용 등으로 이어졌다.
'소나에루(そなえる)'는 일본어로 '대비하다'라는 뜻이다. 다케우치 대표는 "누군가 요양시설을 찾고 있다고 하면 그 얘기를 함께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정해진 순서 대신 참여자의 고민이 그날의 얘깃거리가 됐다. 오는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2026 fn 시니어산업 컨퍼런스'에서도 현장 사례를 소개한다.
■진단 뒤 고립 막는 동네 모임
치매 진단 뒤에는 주변에 이를 알리기 어렵거나 외출·만남이 줄면서 가족까지 고립되기 쉽다. 치매 카페는 당사자와 가족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 주민, 전문가를 만나 지역사회와 관계를 이어가도록 돕는다.
원형은 1997년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알츠하이머 카페'다. 일본에서는 2010년대 초 자발적 모임이 생겼다. 일본 정부도 2015년 치매 종합대책 '신오렌지플랜'에 치매 카페를 통한 정보 공유와 상호 이해를 포함해 확산을 도왔다.
후생노동성의 2024년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91.8%인 1599곳에서 치매 카페 9105곳이 운영됐다. 운영 주체는 지역포괄지원센터 25%, 돌봄시설·사업소 등 24%, 자원봉사자·지역주민 22% 등이다.
이름과 운영 방식은 지역마다 다르다. 카페라고 매일 음료를 파는 매장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돌봄 시설·공민관 등에서 월 한두 차례, 두 시간가량 모이는 형태가 많다. 대화와 강연·음악 행사 등을 통해 당사자는 활동을 즐기고 가족은 경험과 고민을 나눈다.
도쿄도 마치다시에서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정기적으로 치매 카페가 열린다. 당사자와 가족, 전문가가 일반 손님들과 같은 공간에서 대화한다.
병원·노인시설에서는 의료진에게 건강 문제를 묻거나 입주자와 주민이 어울린다. 옛 영화·음악으로 추억을 나누거나 전문가에게 질문하는 등 활동도 다양하다.
■돌봄에서 집·돈·계약까지
이 가운데 소나에루는 돌봄이 필요해질 때의 주거와 비용, 계약에 초점을 맞춘다. 모임을 함께 꾸리는 미야우치 유이코 마이파트너 사법종합사무소 대표는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해 두자는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등기·상속·성년후견 등을 다루는 법률 전문가인 사법서사다.
돌봄에는 시설 계약과 비용 지급, 재산 관리도 뒤따른다. 그는 가족이 없거나 도움 받기 어려운 고령자를 지원한다. 이들 중에는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질 때까지 집에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위해 돌봄 서비스와 주거·돈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 당장 시설에 갈 계획이 없어도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카페 상담과 업무 의뢰는 구분된다. 그는 "이곳에서 얘기를 듣는 활동은 보수를 받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업무를 맡으면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참가비와 업무 보수는 별개로, 의뢰 전 필요한 도움을 물어볼 수 있다.
다만 모임이 있어도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은 있다. 그는 "제가 만나는 분들은 이미 도움을 요청한 뒤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고령자에게 다가가는 일도 과제다.[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