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덮친 '규제형 적자' 리스크…정부 과징금에 올해 적자 2조 넘을 듯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쿠팡Inc가 올해 3분기까지 1조 8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인정보 관련 대규모 과징금과 물류센터 화재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실적에 반영된 가운데 추가적인 정부 제재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쿠팡이 물류 인프라 구축과 사업 확장을 위해 적자를 감수했다면 올해는 개인정보 사고 이후 발생한 비용과 각종 규제 리스크가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누적 영업손실 1조 8318억…과징금·화재 손실 부담
4일(한국시간) 쿠팡Inc가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99억 6200만 달러(14조 2209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환율 변동을 제외한 고정환율 기준 성장률은 11%다.
반면 영업손실은 4억 5000만 달러(6423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 6200만 달러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도 5억 100만 달러(7151억 원)를 기록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3545억 원, 2분기 8350억 원에 이어 3분기까지 누적 1조 831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기록한 종전 연간 최대 영업적자 1조 7088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거둔 영업이익 합계 1조 8987억 원에도 육박한다.
올해 적자 확대에는 개인정보 사고에 따른 제재 비용과 화재 손실 등 일회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쿠팡에 개인정보 유출과 별도의 개인정보 수집·처리 관련 위반 사항 등을 이유로 총 6247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금액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쿠팡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7월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 관련 비용 2억 4800만 달러(약 3540억 원)도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이 가운데 9500만 달러는 매출원가, 1억 5300만 달러는 판매비 및 관리비에 포함됐다.
다만 화재 관련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3분기 영업손실은 약 2883억 원으로, 본업의 수익성 회복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개인정보 사고 이후 마련한 1조 6850억 원 규모의 구매이용권 보상책도 경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이는 이용권 액면가 기준 총규모로, 실제 사용분은 해당 거래의 매출에서 차감되는 방식이어서 전액이 영업비용으로 반영된 것은 아니다.
공정위 추가 제재 변수…과징금 규모·시점 불확실
문제는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와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제재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최혜대우 요구 사건은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최소주문금액, 할인 혜택 등을 경쟁 배달앱보다 불리하지 않게 설정하도록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공정위는 해당 요구를 따르지 않은 업체를 와우 멤버십 무료배달 혜택 대상에서 제외한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쿠팡이츠는 4년간 600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지난 6월 이를 기각했다.
당시 최혜대우 요구 사건의 과징금 규모로 250억~420억 원 수준이 거론됐다.
별도로 진행 중인 끼워팔기 사건은 쿠팡의 통합회원 체계와 쇼핑앱, 와우 멤버십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쿠팡이츠 이용을 사실상 강제했는지가 쟁점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관련 전원회의 심의를 진행했다.
해당 사건의 관련 매출액은 5조 26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법정 과징금 상한율 4%를 단순 적용하면 약 2100억 원이라는 계산도 나오지만, 실제 과징금 부과 여부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앞으로 추가 제재가 내려지더라도 그 금액이 올해 실적에 반영될지는 처분 시점과 회계처리 기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누적 영업손실과 2조 원의 차이는 1682억 원이다. 4분기에 이보다 큰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연간 적자는 2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수익성 회복·물류 투자도 과제…"제재 신중해야" 목소리
규제 관련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쿠팡은 핵심사업의 수익성 회복과 물류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3분기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이 포함된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고객은 252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매출도 고정환율 기준 8% 성장했다.
하지만 프로덕트 커머스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4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조정 EBITDA 마진율도 4.6%로 4.24%포인트 하락했다.
개인정보 사고 이후 고객을 되찾기 위한 판촉·마케팅 확대와 공급망 차질, 기존 물류 설비의 고정비 부담 등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이러한 요인들이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규 회원 유입과 기존 고객의 지출 회복을 바탕으로 내년 중반까지 프로덕트 커머스 성장률과 마진을 사고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다만 기존 사업의 수익성 회복과 대만 등 신규 시장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 비용이 발생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배달앱 수수료와 납품업체 정산주기, 새벽배송 관련 제도 변화도 중장기 사업 운영의 변수로 꼽힌다. 다만 해당 정책들은 아직 논의 단계인 만큼 실제 시행 여부와 구체적인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
규제의 필요성과 별개로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규제당국의 대규모 과징금 처분은 사후 취소되거나 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기업은 처분 공표 즉시 치명적인 낙인효과를 입어, 추후 재판 과정을 통해 처분이 뒤집혀도 훼손된 브랜드 가치와 유무형 손실을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팡으로서는 고객 회복과 물류 효율 개선을 통해 본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남아 있는 각종 제재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