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인데 몰랐다"…데이터센터 '깜깜이 건립' 막는다
서울 주거지역 내 데이터센터 조성 곳곳 논란되자 일정 규모 이상 건립 전 주민설명회·건축심의 의무화 추진 주거·교육환경에 부적합하면 건축허가 제한 근거 마련 업계는 인허가 지연 우려…명확한 심의 기준 마련 요구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인 데이터센터를 짓기 전 인근 주민에게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주거·교육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심의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주택가와 학교 주변으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확대되면서 공사 중단과 인허가 분쟁이 반복되자 사업 초기부터 주민 참여와 입지 검토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4일 국회에 제출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 10인은 지난달 30일 데이터센터를 독립된 건축물 용도로 구분하고 주변 환경에 부적합하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법예고는 오는 12일까지다.
개정안은 수전설비 용량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대해 건축허가 신청 전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했다. 사업자는 심의 신청에 앞서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야 한다. 구체적인 적용 규모와 설명회 방식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건축위원회는 전자파와 소음·진동, 발열, 화재 위험,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게 된다. 용도지역의 종류와 관계없이 주변 주거·교육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입지가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면 심의를 거쳐 허가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했다. 기존 건물을 데이터센터로 용도 변경하는 경우에도 관련 허가와 심의 규정을 적용한다.
이 같은 입법의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과천 주암지구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아파트 디에이치아델스타 입주예정자 등은 주거지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며 건축허가 불허와 이격거리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영등포구 양평동에서도 연립주택과 약 1m 간격을 둔 부지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돼 논란이 됐다.
용산구 이촌동에서도 수전용량 9.8㎿ 규모 데이터센터 추진 과정에서 사전 안내가 부족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지난 8월 6일 주민설명회에서는 참석 주민 약 200명 대부분이 집단 퇴장해 행사가 파행됐다. 주민들은 24시간 가동되는 설비의 소음·진동과 화재 위험 등을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건축허가나 심의가 진행된 뒤에야 사업을 알게 돼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의 세부 용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입지 단계에서 주거·교육환경 영향을 별도로 검토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개정안에는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면 지자체가 주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이유로 허가를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도 개선 대상으로 제시됐다.
다만 심의 강화가 사업 기간을 늘리고 기존 인허가·환경 규제와 중복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의 기준과 처리 기간 등을 명확히 정해줘야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며, 강화된 허가·심의 규정은 시행 이후 관련 신청을 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email protected] 최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