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美금리·환율 하락 압력…한은 11월 인상 후 속도 조절 가능성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중간선거가 예상대로 민주당의 승리로 관측되면서 미국 금리와 원화 환율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며, 앞으로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의 상승 동력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한미 금리차 확대 우려를 덜게 됐으며,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에서 물가·성장, 집값·가계대출 등 국내 여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조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등 국내 성장 관련 지표가 연이어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다만 환율 안정으로 물가 부담이 완화되고 소비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 이후 추가 인상 시점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트럼프 재정확대 제동걸듯…2018년에도 美금리·달러↓
4일 주요 외신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당일 미 국채 5년물 금리는 4.69%로 7bp(1bp=0.01%포인트) 내렸으며, 10년물 금리도 6bp 하락한 4.90%를 나타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화지수(DXY)는 전일 대비 0.2% 하락했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트럼프 정부의 추가 감세·재정 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미국 장기금리와 달러 가치에도 하방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대규모 경기 부양책의 추진이 불투명해지며 향후 국채 공급 급증에 대한 우려는 누그러질 공산이 커졌다. 부양책 무산으로 미국의 성장·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금리 하락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 같은 금리 하락세는 달러 표시 자산의 상대적 매력도를 떨어뜨려 달러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2018년 중간선거 때도 민주당의 하원 탈환으로 금리와 달러 가치는 동반 하락한 전례가 있다. 당시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으나 하원을 잃어, 추가 감세 등 주요 법안의 단독 처리가 힘들어졌다. 시장은 의회의 견제로 미국 정부의 재정 확장과 국채 발행 증가가 억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거 이튿날 로이터통신도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 하락의 배경으로 재정 부양 기대가 약해진 점을 지적했다.
환율 안정 굳히기 들어가나…수입가격 내려 물가 부담완화 기대
이번에는 민주당이 양원을 모두 거머쥐면서 미국 금리와 달러 상승 동력은 약해진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공화당이 백악관과 양원을 모두 장악했던 때와 달리 추가 감세, 대규모 지출 등 트럼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채 공급을 둘러싼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연중 5.4% 선마저 위협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하향 추세를 띨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재정 부양 축소로 성장·물가 추이가 내려간다는 전망이 더해지면 그간 미국의 높은 금리를 지탱해 온 힘이 꺾이면서 달러 강세 흐름도 흔들릴 수 있다.
국내에서는 대규모 무역 흑자에 따른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가 이미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하락으로 달러 자산의 매력까지 낮아지면 원화 강세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환율 하락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유·원자재 등의 원화 환산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2.9%에 이어 10월에는 2.8%를 기록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를 0.8~0.9%p가량 웃돌았다. 환율 안정은 이 같은 물가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 금리차·고환율 부담 덜어도…'깜짝 성장'에 11월 인상 무게
한은의 추가 긴축 판단에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하면서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결정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실제 금통위는 선거 후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의 하락을 확인했다. 유가·환율 등 대외 요인보다 국내 여건에 집중해 기준금리 인상·동결 여부를 결정할 여유가 확대된 셈이다.
시장을 따라 금리를 급박하게 높일 필요성은 줄었지만, 별개로 국내 성장·물가의 상방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로 집계되며 지난 8월 예상치(0.3%)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를 '상당 폭'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달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을 3% 중후반 또는 4%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높일 것으로 봤다. 지난 8월(3.3%)보다 상당 폭 높을 뿐 아니라, 연초인 2월 전망(2.0%)과 비교하면 거의 2%p 뛴 수준이다.
이 같은 고성장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민간소비로 확산하는 경우, 경제 총수요가 불어나며 물가 오름세는 자극을 받는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7~8월 기준금리를 2차례 연속 인상해 선제 대응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로 인해 이달 이후에는 추가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의 하방 추세가 환율 안정을 뒷받침해 물가 압력을 낮추는 가운데, 앞으로 가계소득 개선과 민간소비 회복이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되면 국내 물가는 크게 튀어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한은은 지난달 민간소비 회복 여건을 분석하면서 소비 개선이 본격화할 시점으로 '내년 상반기'를 들었다. 이달 기준금리 인상 이후 내년 1분기를 건너뛰고 2분기에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대체적으로는 이달과 내년 2월 추가 인상을 전망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 국내 물가 상승률이 2.5~2.9% 범위에서 등락할 것이라면서 이달 물가 대응 차원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어 "갈수록 초반의 선제 대응보다 (금리 인상은) 지연되는 구도가 될 것"이라면서 내년 4월 추가 인상을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