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수요 대응해 기흥캠 재편… 2030년까지 20조 투입 예고
삼성, 옛 기술원 부지에 공장 확충
선단공정 대규모 증설 투자 나서
향후 메모리 라인 전환 가능성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출발점인 경기 기흥사업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팹)을 중심으로 설계하기로 한 것은 늘어나는 인공지능(AI) 칩 주문을 소화할 첨단 생산라인이 국내에도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흥을 비롯해 삼성전자는 평택과 용인에서도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첨단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확충,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다.
■'반도체 신화' 기흥에 파운드리 거점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흥사업장 내 옛 종합기술원(SR5) 부지 등에서 추진 중인 신규 반도체 시설 구축 프로젝트 '카이로스'를 통해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삼성 메모리 반도체 성장의 토대가 된 기흥사업장을 첨단 파운드리 생산거점으로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기흥사업장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곳이다. 1987년 설립된 종합기술원(SR5)은 1992년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을 뒷받침한 연구시설이다. 이후 반도체 생산시설이 화성과 평택으로 확대되면서 기흥사업장은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기능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부터 SR5와 삼성전자 공과대학(CDI) 건물 철거에 착수하는 등 부지 재정비에 나선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 용도를 우선 파운드리로 둔 데에는 국내에서도 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늘릴 필요가 커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 수요가 선단공정 증설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국내외 신규 팹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흥사업장에는 차세대 반도체 복합 연구개발(R&D) 단지인 'NRD-K' 구축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12월 NRD-K의 첫 번째 연구라인을 준공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약 10만9000㎡(3만3000평) 규모로 조성되는 NRD-K에는 2030년까지 총 2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NRD-K는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분야의 차세대 기술 연구와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시설이다. 고해상도 극자외선(EUV) 노광설비와 신물질 증착설비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차세대 반도체 공정과 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양산 공정에 적용하기 위한 검증 작업도 수행한다.
■평택선 D램… 美테일러 거점도 확대
다만 삼성전자는 '카이로스'를 파운드리 중심으로 설계하면서도 향후 메모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여지를 남겨뒀다. 실제 당장 수요가 몰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D램은 평택에서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평택 4공장(P4)에서는 HBM4에 들어가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평택 5공장(P5)도 첫 번째 팹은 2028년, 두 번째 팹은 2029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경기 용인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도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조성하는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는 약 360조원을 투자해 팹 6기를 단계적으로 짓는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첫 번째 팹은 클린룸 가동과 장비 반입을 마치고 생산라인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두 번째 팹도 올해 착공, 2030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첨단 파운드리 생산거점으로, AI와 HPC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시설이다. 삼성전자는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현지 고객사 확보에도 나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국내외 주요 거점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함께 확충하고 있다"며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임수빈 박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