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수술 10년 생존 같다"...한국이 이끈 5개국 연구, '란셋'에 게재 [헬스체크]
[파이낸셜뉴스] 좌주간부 관상동맥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스텐트냐, 수술이냐'를 두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대규모 장기 추적 결과 두 치료법의 10년 생존 성적은 차이가 없었다. 다만 심근경색과 재시술은 스텐트, 뇌졸중은 수술 쪽에서 더 많아 환자 상태에 맞춘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강도윤·위성봉 교수팀은 아시아 5개국 46개 의료기관에서 좌주간부 관상동맥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 5379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 10년 사망률이 스텐트 시술군 24.0%, 관상동맥우회술군 22.9%로 비슷했다고 5일 밝혔다. 우회술이 장기 생존에 유리하다고 보고한 일부 서구권 연구와는 다른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심혈관 중재시술 국제학술대회 'TCT(Transcatheter Cardiovascular Therapeutics) 2026'의 '최신 주요임상연구' 세션에서 발표됐다. 발표와 동시에 세계적 의학학술지 '란셋(The Lancet)'에도 실렸다. 1823년 창간된 란셋은 피인용지수(IF) 109.0으로 종합의학 분야 학술지 가운데 세계 1위다.
연구팀은 200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한국·인도·일본·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46개 기관에서 약물방출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 3836명과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환자 1543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망률은 기간별로 봐도 두 치료법이 엇비슷했다. 치료 후 1년 이내 사망률은 스텐트 시술군 3.2%, 우회술군 3.4%였고, 1~5년 사이에는 9.2%와 8.4%, 5~10년 사이에는 14.3%와 12.5%였다. 10년 누적 사망률 역시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합병증에서는 치료법별로 차이가 있었다. 치료 직후 생기는 시술 관련 심근경색은 스텐트 시술군 1.8%, 우회술군 0.4%였고, 이후 발생하는 자발성 심근경색은 4.6%와 1.9%였다. 같은 혈관을 다시 시술하거나 수술한 비율도 스텐트 시술군이 11.8%로 우회술군(4.6%)보다 높았다. 반면 뇌졸중 발생률은 스텐트 시술군이 3.0%로 우회술군(6.2%)의 절반 수준이었다.
좌주간부는 좌측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두 갈래의 주요 혈관으로 나뉘어 심장근육의 넓은 부위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다. 이곳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법 선택이 중요하다.
대표 치료법은 관상동맥우회술과 스텐트 시술이다. 30년 넘게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관상동맥우회술은 환자의 가슴이나 다리 등에서 떼어낸 혈관으로 막힌 관상동맥을 돌아가는 새 혈류 통로를 만드는 개흉수술이다. 혈관이 복잡하게 좁아졌거나 여러 관상동맥에 병이 생긴 경우 주로 시행된다.
스텐트 시술은 허벅지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좁아진 관상동맥에 금속망 형태의 스텐트를 넣고 혈관을 넓히는 방식이다. 가슴을 열지 않아 전신마취나 절개에 따른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서울아산병원 박승정 교수가 1998년 세계 최초로 좌주간부 스텐트 시술에 성공한 뒤 이 분야를 이끌어왔다.
스텐트 시술 기술이 발전하면서 좌주간부 질환에도 널리 쓰이고 있지만, 장기 치료 효과를 비교한 연구는 주로 서구권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자 특성과 시술 환경이 다른 아시아 환자의 장기 성적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박승정 교수는 "좌주간부 스텐트 시술은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이 전세계적으로 선도해온 분야"라며 "이번 연구는 그동안 축적해 온 임상 경험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좌주간부 관상동맥질환의 치료 발전을 이끌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박덕우 교수는 "그동안 좌주간부 관상동맥질환에서 어떤 치료가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지를 두고 세계적으로 논의가 지속됐지만 이번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로 두 치료법의 10년 사망률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좌주간부 질환의 치료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