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헬스장 쌤, 대출 당겨 하이닉스 올인"…'인간지표'로 투자 고심하는 개미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빚투·주식 추천 등 일상 속 투자 심리 관찰
가상 법당서 주가 상승·하락 기원하기도
전문가 "주변인 행동만으론 예측 한계 커
기업 가치·실적 중심에 두고 투자해야"

'인간지표 제보소' 홈페이지 캡처
'인간지표 제보소' 홈페이지 캡처

[파이낸셜뉴스] '헬스장 트레이너가 오늘 대출까지 끌어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아직 하락할 여지가 많이 남은 것 같네요.' 최근 온라인 '인간지표 제보소'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는 이제 끝났다'며 큰소리치는 주변인을 발견했다는 제보도 올라왔다. 주변에서 특정 종목에 빚을 내 투자하는 모습은 주가 과열의 신호로, 반대로 특정 업종의 전망을 비관하는 목소리는 저점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식이다. 코스피 변동성이 다시 커진 가운데 주변 사람들의 투자 행태와 심리를 거꾸로 읽어 주식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가늠하는 이른바 '인간지표' 활용법이다.

5일 온라인상에 운영 중인 '인간지표 제보소'에는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는 물론 카페 옆자리 손님과 헬스장 트레이너의 투자 행태까지 공유되고 있다. 인간지표는 주변 사람들의 투자 행태나 반응을 주식시장의 과열·침체 여부를 가늠하는 비공식적인 참고 지표로 삼는 것을 뜻한다. 제보자는 주변 사람이 어떤 종목을 매수했는지, 주식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등을 기록한다. 게시물에는 '이제 오른다'와 '이제 내린다'는 시장 전망 투표도 함께 붙는다.

제보 내용에는 일상에서 체감하는 투자 열기를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해석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남편이 요즘 주식 이야기를 안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장인어른이 사위에게 주식이 힘들지 않느냐며 쉬어가라는 전화를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주변에서 주식 이야기가 줄어들고 투자에 지친 기색이 나타나는 것을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반대로 주변에서 주식 이야기가 잦아지면 하락을 예상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자꾸 곧 오를 것 같은 주식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각종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버티라고 한다"는 글에는 아직 시장이 충분히 조정받지 않았다는 반응이 달렸다.

이 같은 투자 방식은 대중의 투자 심리를 거꾸로 읽으려는 역발상에 기반한다.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주가가 고점에 가까워졌을 수 있고, 반대로 비관론이 극에 달하면 저점에 접근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 금융시장에서도 대중의 공포와 탐욕을 투자 판단의 참고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한다.

'가즈아법당' 삼성전자 기도실에 동자승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있다. 가상 공간에 모여 투자 관련 메시지를 나누거나 상승·하락 기원 절을 올릴 수 있다. '가즈아법당' 홈페이지 캡처
'가즈아법당' 삼성전자 기도실에 동자승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있다. 가상 공간에 모여 투자 관련 메시지를 나누거나 상승·하락 기원 절을 올릴 수 있다. '가즈아법당' 홈페이지 캡처

주변인의 투자 행태를 관찰하는 데서 나아가 주식 투자로 인한 기대와 불안을 공유하는 공간도 등장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속슬(SOXL) 등의 주가 상승 혹은 하락을 기원하는 '가즈아법당'이 대표적이다. 가상공간에 마련된 법당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전자 주가 차트가 걸려 있다. 이용자들은 캐릭터를 통해 '상승기원 절하기'와 '하락기원 절하기', '굿하기' 등의 기능을 이용하며 주가 등락에 대한 바람을 드러낸다.

인간지표 제보소와 가즈아법당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 실적이나 경제지표, 증권사 전망처럼 공식적인 투자 정보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투자 행태나 운세와 같은 비전통적인 요소를 투자 판단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다만 이를 두고 주변 사람들의 투자 행태만으로 실제 주가 흐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 종목을 매수하더라도 투자 목적과 보유 기간, 자금 사정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 사람이 있다고 해서 해당 종목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주변에서 손실을 호소한다고 해서 주가가 반등하지도 않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거가 부족한 기대에 의존해 투자했다가는 자금이 장기간 묶이거나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판단의 기준은 주변 사람들의 매매나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신호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뉴스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기업 실적을 살펴야 한다"며 "개별 종목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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