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금융에 냉장고까지, 일상생활 파고드는 해킹

파이낸셜뉴스

금융사 정보유출 37곳에 47만여건
정부 차원 디지털 보안 체계 세워야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금융권에서 대규모 해킹 사태가 발생해 금융사 37곳에서 47만3000건의 정보가 유출되고 10억원가량의 자금이 탈취됐다./사진=연합뉴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금융권에서 대규모 해킹 사태가 발생해 금융사 37곳에서 47만3000건의 정보가 유출되고 10억원가량의 자금이 탈취됐다./사진=연합뉴스

지난 한 달간 금융권에서 대규모 해킹 사태가 발생해 금융사 37곳에서 47만3000건의 정보가 유출되고 10억원가량의 자금이 탈취됐다. 유럽에서는 10여개국 슈퍼마켓의 냉장·냉동고가 공격받은 데 이어 프랑스 혈액원까지 해킹 시도가 이어졌다. 금융망을 넘어 생활과 밀접한 사물인터넷(IoT)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사람과 사물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의 사이버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30일 첫 해킹이 확인된 이후 이달 3일까지 은행과 금융투자사, 보험사, 저축은행은 물론 가상자산업체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받았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이 포함됐다. 계좌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에 직접 악용될 정보의 유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탈취 자금은 소규모 가상자산거래소 등의 회사 관리 자금으로, 고객 손실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당국은 약 580개 금융사에 대한 전수점검에 착수했다. 중대한 관리 부실이나 대응 소홀이 드러나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경고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사이버 공격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는 슈퍼마켓 냉장고의 온도를 섭씨 50도까지 높이는 공격으로 700여개 점포가 식품을 대량 폐기했다. 비슷한 공격은 유럽 곳곳으로 번졌다. 프랑스 혈액원에서도 혈장 냉동창고의 온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8월 최소 6곳의 군기지 매점에서 냉동고가 멈춘 사건과 관련해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 아파트 40만여가구의 월패드가 해킹돼 집 안 영상이 유출됐고, 지난해에는 가정용 IP카메라 12만여대가 뚫렸다. 지난 9월에는 한 대기업 냉장고의 일부가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로 작동을 멈췄다. 제조사의 실수였지만 원격 연결 기기가 해커의 통로가 된다면 피해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은 이제 금융정보를 빼내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통망과 의료시설, 가정용 기기를 직접 겨냥해 사회 기능을 마비시키고 혼란을 일으키려 한다. 보안을 비용으로 여겨온 관행이 취약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는 주변부 시스템 관리를 소홀히 했고, 유럽의 냉장 제어장비는 보안 업데이트가 끊긴 구형이었다.

특히 우리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위협에서 한시도 자유롭지 않다. 북한은 방송사·금융사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이버테러(2013년), 업비트 이더리움 탈취 사건(2019년) 등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달러가 무단 인출된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해킹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공격은 범죄를 넘어 안보위협이다.

정부는 분산된 보안 기능을 총괄·조정할 범정부 사이버 보안기구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부처별로 나뉜 대응체계를 정비해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새 기구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 민간 전문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도 보안을 비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연결 사회를 겨냥한 공격에 맞서 디지털 방위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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