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에도 없는 규제로 리모델링 막아"… 서울 80개 단지 비상
수평증축만 추진 리모델링 단지
서울시서 2차 안전점검 통보받아
주택법상 안전진단 대상 아닌데
서울시 3년전 지침 바꿔 사업 발목
모순된 규제로 리모델링 표류 위기
서울시가 리모델링 규제 완화 등 촉진책을 마련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또 드러났다. 서울시가 내년 이주를 앞둔 수평증축 단지에 3년 전 마련한 지침을 근거로 '2차 안전진단'을 요구하면서다. 약 80곳의 사업장이 수년간 표류할 위기에 처하자 업계에서는 "법에도 없는 모순된 규제로 리모델링을 옭아매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A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구청의 권리변동계획 수립 인가 과정에서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안전기준 개선방안'을 준수하라는 조건을 통보받았다. 서울시가 2023년 7월 마련한 이 문서에는 '수평증축에 수직증축과 동일한 안전기준(2차 안전점검)을 적용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수평증축만 하는 A아파트는 현행 주택법상 2차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다. 층을 올려 상부 하중을 추가로 지탱해야 하는 수직증축은 안전진단 B등급 이상을 받고 이주·철거 후 2차 안전진단을 거쳐야 한다. 반면 좌우·앞뒤로만 면적을 넓히는 수평증축은 추가 상부 하중이 없어 C등급으로도 추진할 수 있고 2차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는다.
3년 전 지침이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그동안 권리변동계획이 확정된 수평증축 단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수많은 단지들이 2차 안전진단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수직증축이나 필로티 설계를 포기했다"며 "온갖 규제를 넘어 수평증축으로 인허가를 받아내자마자 또 규제 감옥에 갖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2차 안전진단이 추가되면 이주·철거 후 1년 이상의 사업 지연은 물론 최악의 경우 시공사 계약 해지와 사업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 2차 안전진단을 거친 청담건영·신답극동은 통과에만 1년 이상 걸렸고 구조보강비만 수십억원이 더 들었다. C등급 단지가 B등급 수준의 보수·보강을 강요받으면 분담금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면 서울에서 조합설립까지 마친 사업장 약 80곳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 서울 곳곳의 조합장들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지자체 설득과 주민들의 이해를 얻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서울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리모델링 구조 관련 전문가는 "과거 내부 문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서울시가 전면적인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입장을 바탕으로 강화할 것은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리모델링 촉진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답답한 점을 해소하려 노력 중"이라며 "여러 지원을 통해 사업성을 좋아지는 쪽으로 하되, 안전과 관련해서는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급작스런 안전 기준 변경으로 인한 혼란은 경기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3·4단지는 이미 인허가를 마치고 골조공사를 99% 가량 진행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의 구조안전 기준 변경과 안전진단 절차가 소급 적용될 위기에 처했다. 행정 기준의 변동성이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email protected] 전민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