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파 협박' 여객기 최소 27편…러 극우단체 명의 협박메일(종합)
(서울·런던=뉴스1) 장용석 기자 이지예 객원기자 = 유럽 전역에서 여객기를 겨냥한 폭발물 협박이 잇따르면서 하루 동안 피해를 본 항공편이 최소 27편으로 늘었다.
일부 협박 이메일엔 러시아 극우단체 이름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실제 발신자와 범행 배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유럽 각국을 오가는 여객기 최소 27편에 대한 폭발물 협박이 보고됐다. 지난 3일에도 여객기 최소 7편과 크루즈선 1척을 대상으로 비슷한 협박이 있었다.
이날 이탈리아와 프랑스, 불가리아 등에선 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폭발물 협박을 받은 여객기를 호위했으며 일부 항공기는 항로를 변경하거나 이륙을 중단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제 폭발물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
여러 국가에 발송된 협박 이메일에는 동일한 단체 이름이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와 불가리아 소피아 등 공항에 발송된 이메일엔 '남성국가의 전사들'(Fighters of the Male State·이하 '남성국가')이란 명의가 사용됐다.
이 이메일 발신자는 여객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주장하며 "60분 뒤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해당 이메일엔 여성주의에 적대적인 내용도 담겼다.
영국 버밍엄 공항 역시 같은 단체 이름을 내건 유사한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국가'는 2016년 러시아에서 결성된 극우 남성우월주의 단체다. 여성과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 온 이 단체는 2021년 러시아 법원이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활동이 금지됐다. 이 단체는 이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기도 했다.
다만 이메일에 사용된 명의가 실제 이 단체와 연관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누군가 단체 이름을 사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항공편 운항 차질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했다.
프랑스 정부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던 에어링구스 여객기를 군 전투기로 호위해 에브뢰 공군기지에 착륙시켰다.
불가리아 공군은 스페인 마드리드와 덴마크 코펜하겐, 영국 런던에서 소피아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여객기 3편을 호위했다. 이 가운데 런던발 항공편은 플로브디프 공항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스페인에선 마드리드발 프랑스 파리행 항공편 2편과 이탈리아 로마·밀라노발 마드리드행 항공편 4편에 대한 협박이 접수돼 일부 항공기가 이륙을 중단하거나 계류장으로 되돌아갔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도 파리행 LOT폴란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앞두고 운항을 중단했고, 코펜하겐 공항에선 항공기 2대에 대한 수색이 이뤄졌다.
유럽 항공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규모와 동시다발적인 발생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항공 위험 분석업체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스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개인적 불만이나 모방 범죄 등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직접적인 군사 충돌 대신 사이버 공격과 기반시설 파괴 공작, 허위 정보 유포 등을 통해 상대국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다만 유럽 당국은 아직 이번 사건 배후로 특정 국가나 단체를 공식 지목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의 사건 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