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흔드는 美 민주…'허가·전력' 쥐고 데이터센터 막을 수 있나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우려에 세계 증시의 AI 관련주 폭락 사태가 빚어짐에 따라 연방의회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나 새로 선출된 민주당 주지사들이 실제 어느 정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주목된다.
주지사들은 신규 인·허가와 전력망 연결을 제한하고 세제 혜택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 가능한 규제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이미 승인받아 건설 중인 사업을 일괄 취소하기는 법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
6일 로이터통신과 미국 로펌 화이트앤드케이스, 반도체 산업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 등의 분석을 토대로 민주당 주지사들의 규제 권한과 실제 투자 영향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주지사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시킬 수 있나?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텍사스·조지아·미시간 등에서 민주당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이들이 공약해 온 제한 조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정보업체 클린뷰에 따르면 미국에서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의 41%는 신임 주지사가 건설 일시 중단을 지지하는 주에 위치해 있다.
이들 강경한 입장의 새 주지사들이 모든 사업을 일괄 중단시키기는 어렵지만 주정부가 담당하는 신규 인·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주지사들은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규제, 세제 혜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조치는 주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내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의 약 4분의 1이 집중된 텍사스가 규제 강화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지난 8월 텍사스에서는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 절차를 중단시켰다. 9월에는 환경 당국에 데이터센터 관련 인허가 발급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지나 히노호사 당선인은 주민 보호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미 승인된 데이터센터는 어떻게 되나?
사업 진행 단계와 허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적법한 허가를 취득하고 상당한 투자를 집행한 사업은 기존 개발권에 대한 법적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보호 범위는 주별 법률과 개별 허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미 건축 허가를 받았더라도 전력망 연결이나 환경 관련 승인이 남아 있다면 새로운 규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지난 9월 분석에서 미국의 지방정부 건설 제한 대상에 포함된 약 20GW(기가와트) 가운데 실제 지연 위험이 있는 물량을 약 1.5GW로 추산했다. 상당수 사업이 기존 승인에 따른 보호를 받거나 제한 조치 종료 후 승인이 필요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 중단 공약이 곧바로 기존 프로젝트의 대규모 취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건설 허가를 취소하지 않고도 사업을 막을 수 있나?
핵심은 전력망 연결과 환경 인허가다.
화이트앤드케이스가 9월 25일 발표한 법률 분석에 따르면 텍사스 공공요금위원회(PUCT)는 75MW(메가와트) 이상 대규모 전력 수요시설에 새로운 연결 요건을 적용했다.
개발업체는 전력망 연결 심사에 앞서 요청 용량 1MW당 5만 달러의 재정적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 100MW 규모 데이터센터라면 500만 달러에 해당한다.
애벗 주지사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고 주민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며 지역 용수 공급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건 등을 충족하도록 요구했다.
건설 자체를 금지하지 않더라도 전력 공급 비용과 환경 규제에 따른 인허가 부담을 높여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텍사스에서 실제로 어디까지 규제가 가능한가?
이미 공화당 주정부가 도입한 규제의 연장 여부가 관건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벗 주지사는 전력 수요와 환경 영향, 세제 혜택을 조사하도록 지시했으며 데이터센터의 대기오염 관련 허가도 일시 중단했다.
다만 로이터는 애벗 주지사의 조치가 공식적인 전면 건설 중단 명령은 아니었으며 일부 제한에는 종료 시점이 설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히노호사 당선인이 이를 전면적인 건설 유예 조치로 확대하려면 적용 대상과 법적 근거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력망 운영기관과 환경 당국, 지방정부가 각각 다른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주지사의 공약만으로 모든 사업이 자동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와 주민들도 사업을 막을 수 있나?
지방정부의 토지 이용 규제와 주민투표도 변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관련 주민투표가 최소 45건 실시됐으며 대부분 지역에서 건설 제한이나 규제 강화안이 통과됐거나 가결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버드컨설팅 분석 결과 4일 기준 거의 모든 규제안이 통과됐거나 가결될 것으로 예상됐다. 데이터센터 규제에 반대하고 건설을 허용한 지역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오하이오주 피콰에서는 메타의 1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둘러싸고 승인에 관여한 지방정부 관계자 3명이 주민소환으로 물러났으며 신규 건설을 제한하는 주민투표안도 통과됐다.
다만 주민투표 결과가 기존 허가를 자동으로 취소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이 어떤 승인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실제 영향이 달라진다.
결국 AI 투자에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가?
기존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공사 중단보다 2028년 이후 신규 사업의 인허가 지연이 더 큰 위험으로 분석된다.
세미애널리시스가 11월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요 20개 주에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데이터센터 용량 33.8GW 가운데 약 75%는 이미 건설 중이다.
반면 2028년 미국 전체 신규 공급 예상치 62.2GW 가운데 상당 부분은 아직 착공하지 않았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텍사스의 인허가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건설 전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주지사들의 규제 공약이 AI 투자에 미칠 실질적인 영향은 기존 허가의 일괄 취소보다 신규 인허가 중단 기간과 전력망 연결 조건, 환경 규제 강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연방의회 차원의 규제도 가능한가?
민주당이 AI 산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은 AI의 위험을 관리하고 공익에 부합하도록 감독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당선인들은 한발 더 나아가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시간주 상원의원 당선인인 압둘 엘사예드는 첨단 AI 모델 개발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당선인 애니 앤드루스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당선인 셰러드 브라운은 AI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없애고 전력·수도 등 공공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을 기업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이 연방 차원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면 미국의 세계적 주도권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규제 강화에 반대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