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세·으르렁·블랙맘바...SM '띵곡' 클래식으로 부활한 사연은? [인터뷰]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클래식은 쉼표이고, K팝은 느낌표입니다. SM클래식스가 하는 일은 쉼표에서 느낌표로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클래식 레이블인 'SM클래식스'의 조희경 대표는 지난 3일 파이낸셜뉴스와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에서 만나 SM클래식스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조 대표는 "오랜 시간 축적된 클래식 음악의 서사와 여백을 오늘날 대중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K팝의 감각으로 연결하는 것이 SM클래식스가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SM클래식스 대표로 부임한 조 대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워너뮤직코리아 등을 거치며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총괄해 온 30년 경력의 음반업계 베테랑이다. 그동안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크로스오버 가수 존노·길병민·이동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을 맡아온 인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조 대표의 SM클래식스 이적을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SM클래식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K팝 명곡들을 클래식으로 편곡·재해석하는 작업과 더불어 클래식 뮤지션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첫 결실로 지난 4월에는 소프라노 조수미를 첫 전속 레코딩 아티스트로 영입하기도 했다.
"SM이 왜 클래식해요?"...조희경 대표의 답은?
조 대표는 클래식을 과거의 유물로 박제해선 안 된다고 역설하면서 SM클래식스의 시도를 강조했다. 조 대표는 "클래식 역시 그 시대 대중의 수요에 맞춰 탄생한 음악인만큼, 21세기에는 현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한다"고 SM클래식스의 지향점을 밝혔다.
클래식의 본질을 '쉼표'에 비유한 조 대표는 "긴 음악 속에서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여백이 클래식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K팝은 강렬한 멜로디와 가사로 즉각적인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느낌표에 가깝다"면서 "K팝에 작은 여백과 공간을 더하고, 클래식의 쉼표와 K팝의 느낌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SM클래식스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유명한 SM 명곡들...'아는 맛'이 더 어려워"
익숙한 음악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에는 그만큼 깊은 고민이 뒤따른다. 기존 원곡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태에서 오케스트라 편곡을 거칠 때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조 대표는 이를 '아는 맛'에 비유했다. 그는 "호랑이나 사자처럼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대상을 그리는 것보다 귀신을 그리는 게 오히려 쉽다"며 "이미 익숙한 음악은 청중이 머릿속에 원곡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다르게 표현해도 '원래 그 맛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조 대표는 한국 음악인들이 기존 음악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데 탁월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유럽에서는 자국의 클래식 음악을 전통과 자부심의 대상으로 여겨 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 음악인들은 장르와 시대의 경계를 비교적 자유롭게 넘나든다"며 "우리나라 음악인들은 기존 음악의 재료를 살리면서도 이를 현대적인 형태로 재조립해 대중이 즐기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결국 대화"
음악을 바라보는 조 대표의 철학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조 대표는 "음악은 내가 당신에게 다가가는 방법"이라고 규정했다. 글과 말, 조각 등 여러 방식으로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듯, 음악 역시 멜로디와 화성으로 사람의 마음을 두드린다는 의미다. 이어 "사람들이 서로 다투는 것은 결국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서로에게 다가가야 한다"며 "누군가는 K팝으로, 누군가는 국악이나 발라드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M클래식스가 하는 작업 역시 다양한 음악적 언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한편, SM클래식스는 지난 5일 베트남 하노이 호금 오페라하우스에서 'SM 클래식스 라이브 인 하노이'를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재단과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이 공동 주관하는 '코리아 시즌 2026'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베트남 국립교향악단(VNSO)과 협력해 익숙한 다시 만난 세계(소녀시대), MAMA·으르렁(엑소), Feel My Rhythm(레드벨벳), Make A Wish(NCT U), 블랙맘바(에스파) 등 K팝 명곡들을 오케스트라 선율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특히 그룹 슈퍼주니어의 려욱이 참여해 현지의 큰 화제를 모았다.
본 공연과 더불어 SM클래식스는 베트남 음악가들과의 활발한 교류에 나서며 한·베 양국의 문화교류에도 깊은 뜻을 더했다. 지난 2일에는 오케스트라 창작 과정을 다룬 토크쇼가 진행됐으며, 3일에는 SM클래식스 전속 작·편곡가인 김영상씨가 베트남 현지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음악 작·편곡 워크숍을 진행했다.[email protected] 김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