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물 학대범 3명 이례적 실형…'솜방망이 처벌' 달라질까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최근 부산지법에서 반려견에게 비비탄을 난사한 20대 남성 3명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다.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의 1심 실형 선고 비율이 7%에 그친 상황에서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기조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반려견에 비비탄 난사 20대 3명에 각 '징역 8개월' 선고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 김은수 판사는 지난 3일 동물보호법 위반과 특수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20대·남)와 동생 B 씨, 공범 C 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경남 거제시의 한 식당에 침입해 마당에 묶여 있던 반려견들에게 비비탄을 반복적으로 발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반려견 '매화'는 왼쪽 안구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에 비춰 죄질이 무겁고 피해 복구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 복구의 기회를 주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피해 견주는 선고 직후 "실형 선고가 많이 위로가 된다"면서도 "지난 1년여 동안 진정한 사과를 기대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은 6일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부산고법에서 항소심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동물보호법 위반 실형 선고 7%…여전한 '솜방망이 처벌'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동물 학대 범죄에서 실형 선고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충남 홍성·예산군)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처분 인원은 4601명으로, 이 중 2076명(45.1%)이 기소됐다.
같은 기간 1심에서 처벌받은 인원 416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9명(7.0%)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286명(68.8%)으로 가장 많았고 징역형 집행유예 76명, 벌금형 집행유예 25명 순이었다.
연도별 실형 선고 인원은 △2020년 3명 △2021년 5명 △2022년 5명 △2023년 10명 △2024년 6명이었다.
동물 학대 신고도 매년 수천 건씩 접수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동물 학대 112 신고는 2021년 5491건에서 2023년 7245건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6545건 접수됐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처벌 강화가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이사는 "생명을 향한 잔혹한 폭력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를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이 향후 동물 학대 사건의 양형 판단에도 의미 있는 기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동물 학대 사건에서 법정형에 비해 낮은 형량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있다"며 "범행의 잔혹성과 반복성, 피해의 중대성에 따라 법정 최고형을 포함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리 동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며 이번 판결을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 개 전기도살 사건에서 벌금형이나 벌금형 집행유예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져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거제 반려견 비비탄 사건 피고인들이 법정구속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며 항소심에서 감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사육금지제 도입·양형기준 마련…동물 학대 처벌 변화 움직임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 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포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중대한 동물 학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법원이 최대 5년간 사육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물 학대 범죄자가 일정 기간 지방정부로부터 동물을 기증·분양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개정법은 내년 10월 28일부터 시행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해 동물 학대 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민법 개정 역시 논의 과제로 남아 있다.
김 변호사는 "민법이 개정된다고 형사법이나 처벌 규정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겠다는 방향을 법제도 안에서 선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족할 만큼 빠른 변화는 아니지만 동물의 생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이러한 인식 변화가 향후 다른 법률의 개정이나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