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3% 육박, 코스피는 5000선 위태…금리 결정 앞둔 한은 딜레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의 11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불거진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와 반도체주 급락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예상을 웃돈 3분기 성장률과 2%대 후반의 물가 상승률에 이달 금리 인상 전망은 유지되지만, 향후 인상 경로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AI 투자 둔화가 반도체 수출·설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주가 하락이 소비까지 끌어내리면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질 수 있다.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가 최종 3.50%까지 오를 것이란 기존 관측에도 시장의 확신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코스피 6% 급락…투자 꺾이고 민간소비 추가 감소 우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02% 내린 5059.69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하면서 지수가 5000선 아래로 밀려 4000대를 찍었고, 유가증권시장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발단이었다. 신규 데이터센터 착공이 늦어지면 서버와 메모리 반도체 발주도 밀릴 수 있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수출뿐 아니라 제조업체의 설비투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나온다. 실제 3분기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4.1% 늘었다.
다만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세수와 고용에 기여하는 만큼 건설이 광범위하게 중단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의 종료보다는 데이터센터 건설 및 투자 확대 속도가 조절되는 과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에는 주가 하락 자체가 부담이다. 3분기 민간소비는 승용차·가전제품 등 재화와 음식 등 서비스 지출이 함께 줄면서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주식자산 가치 하락으로 가계가 지출을 더 줄이면 앞선 두 차례 금리 인상의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 회복도 늦어질 수 있다.
한은도 최근 AI 산업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결돼 AI 투자 둔화에 따른 실물·금융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형 AI 기업들의 재무 여력이 충분해 금융위험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근원물가 2.8% 압박 여전…최종금리 3.5% 관측 약화 흐름도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마주할 성장·물가 지표는 여전히 인상 쪽에 무게를 싣는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0% 성장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에 힘입어 9월 2.9%에서 2.8%로 낮아졌지만,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두 달째 2.8% 수준을 이어갔다.
내년까지 물가 압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부담 요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하면서 내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8월 전망치인 2.3%와 2.5%를 각각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쌓인 비용 부담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는 가운데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점차 커질 것이란 판단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 급락을 미국 중간선거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일시적 충격으로 보고 11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했다. 안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수출이 급격히 둔화한다면 최종금리 수준이 낮아질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기존 3.5% 금리 전망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예상은 흔들리는 양상이 포착됐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최종 기준금리 전망(3.50%)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에 따르면 스와프 시장 가격에 반영된 기준금리 인상 폭은 6개월 후 0.275%포인트(p), 9개월 후 0.315%p로, 통상적인 한 차례 인상 폭인 0.25%p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총 두 차례 인상에는 조금 못 미친다.
현행 한은 기준금리는 연 3.00%로 운용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과 내년 1분기께 한은이 각각 1차례씩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최종 3.50% 선에서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