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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흔들리는 트럼프와'선전 APEC'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중간선거 패배로 입지 약화
정상외교 성과로 '돌파구' 찾을듯
18~19일 '선전 APEC'이 시험대
미·중·러 '제2의 얄타회담' 현실화
우리의 안보·전략적 협력 의제를
한미공조·적극적 외교로 반영해야"

신범식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신범식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이 참패했다.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은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 거친 통치방식과 고물가 등 국정에 대한 유권자의 강한 심판이다. 민주당은 의회의 견제능력과 대안적 국정역량을 증명해야 하고, 트럼프의 대응은 2028년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정치적 패배가 외교적 소극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의회의 입법 장벽에 대해 트럼프는 외교적 성과로 국내정치의 교착을 돌파하려 할 수 있다. 문제는 거래 추진의 의욕과 약속 이행능력 간의 간극이다. 정상회담이 제재 완화나 재정 투입을 보장하지 않는다. 상대국은 트럼프의 제안뿐 아니라 의회 반응과 합의의 지속가능성까지 계산할 것이다. 새 의회가 개원하는 신년 이전까지 트럼프 외교는 더 거세고 더 조급해질 수 있다.

첫 시험대가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그에 연계된 미·중·러 3자 정상회담이다. 트럼프의 국내정치적 약화가 강대국 관계 조정과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2025년 8월 알래스카 미러 회담을 기점으로 러우 전쟁 종결과 미러 관계 조정을 모색해 왔다. 중동·이란의 세력구도 재편, 미중 경쟁의 관리, 북극항로와 알래스카 개발의 연계도 함께 읽을 필요가 있다. 이런 이슈들을 연계된 대전략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역별 갈등·협력 의제를 교차 활용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행보로 해석할 여지는 충분하다. 북미대화 추진도 한반도를 이런 거래가 교차하는 핵심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서 미·중·러 전략적 삼각관계의 복원이 중요해진다. 3국이 협력체를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의 양자관계 조정이 다른 관계의 협상조건을 바꾼다는 의미다. 탈냉전 이후 최초의 미·중·러 3자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상징성은 매우 크다. 다만 '제2의 얄타회담'을 통해 국제 이슈가 일괄 타결되리라 예상할 필요는 없다. 경계할 것은 회담의 형식보다 '얄타적 방식'이다. 강대국들이 핵심 이익을 조정하며 그 영향을 직접 받는 당사국의 의사를 부차화하는 방식 말이다. 더구나 중러 협력이 지속되어도 미러 조정은 가능하다. 북러 결속과 북미 조정도 병존할 수 있다. 한국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미러 조정이 실패하면 전쟁과 진영 대립이 지속되고, 조정이 진전돼도 한국 안보가 타 지역 이슈와 연계될 수 있다. 조정이 없으면 계속 불안정하고, 조정이 이뤄져도 다른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 약화는 외교성과를 서두르는 조급함과 합의 이행의 불확실성을 함께 키울 수 있다. 북한은 이 틈에서 협상력을 더 높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몸값은 자연 상승하지 않는다. 미러 조정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도 있지만, 러시아가 대북협력을 조절할 유인을 만들 수도 있다. 북러 결속이 지속돼도 그 내용은 변화할 수 있다.

한국의 과제는 트럼프의 성공이나 실패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다. 한미 공조 및 적극적 외교로 이런 조정에 우리 안보·전략적 협력의제를 반영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북한 군사력을 키우는 관계에는 엄중한 제한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한 긍정적 낙관론을 경계하며 환동해와 북극항로 및 알래스카를 연결하는 협력 가능성을 장기적 카드로 사전에 검토해 둘 필요는 있다. 물론 한러 관계는 약화되었고, 일본과의 환동해 협력이나 북극항로·알래스카 개발 연계 구상이 당장 실현되기도 어렵다. 그러나 한반도 동해안과 러시아 극동 및 일본 서안을 잇는 항만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북극항로의 환적·정비·보급 등 실용적 과제를 풀어가는 단계적 접근은 현실성 있다. 장기적으로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 및 알래스카 연계 개발 가능성도 정세 변화에 맞추어 신중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한국의 참여가 줄 수 있는 이익과 한국을 배제했을 때 치를 비용을 분명히 보여줘야 우리의 참여 요구가 힘을 얻고, 한국의 선택지와 실행력도 보강될 수 있다.

새로운 얄타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필요가 없다. 억지는 위험한 선택의 비용을 높이고, 관여는 새로운 선택의 이익을 제시하며, 다자협력은 조정의 비용을 나눈다. 강대국이 위에서 질서를 조정한다면 한국은 구체적 협력을 통해 아래에서 그 조건을 만들면 된다. 한국이 빠진 연결망에 뒤늦게 참여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한국이 들어가야 더 유리한 연결망을 선제적으로 구상·준비·제안하는 것이 우리 전략이 되어야 한다.

신범식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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