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약속 퇴색한 변시 제도... '몇명' 아닌 '어디에'를 고민할 때 [변시 합격자 발표 D-1]
파이낸셜뉴스
2026.04.22 16:28
수정 : 2026.04.22 16:27기사원문
지역경제 발전·변호사 수도권 집중화 해소 위한 변시 합격자 규모 산정 필요
법률시장 구조적 변화·법률서비스 공공성 확대 등 위한 변호사 양성 제도 필요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합격자 수 논쟁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환의 시대에 맞추어 법률서비스의 공공성과 법률시장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2009년 약 1만명 수준이던 변호사 수가 현재 약 3만명 후반대로 증가하였으나 이러한 증가를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럽 사법통계 자료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변호사 수는 인구 10만명당 100~300명 수준이다. 국가 간 제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은 약 60~70명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오히려 문제는 분배의 불균형이다. 실제로 변호사의 약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반면, 지방이나 취약계층의 경우 법률서비스 접근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서 기존에 송무 중심에 머물러 있던 법률서비스도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변호사가 많다'는 문제라기보다 '필요한 곳에 충분히 배치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공급을 줄이는 방식은 접근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합격자 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어렵게 도입한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로스쿨 제도는 다양한 전공 및 배경을 가진 인재를 법조계로 유입시키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배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은 합격률은 이러한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변호사시험의 난이도 및 합격 점수가 제1회 시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제1회 시험에서는 응시자 대비 약 87%가 합격한 반면(당시 커트라인은 800점 미만이었다), 현재 합격률은 약 50% 수준(커트라인 약 1,000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합격자 수 제한이 변별력 확보를 위한 시험 난이도 상승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학생들은 3년간 변호사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 로스쿨 초창기에는 학생들이 다양한 전문법 과목을 수강하고 해외 연수나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이러한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그러한 까닭에 합격자 수의 인위적 제한은 이미 시장에 진입한 집단이 후발 주자의 기회를 제한하는,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로 비칠 여지도 있다.
결국 법률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배출 인원을 줄이는 방식보다는 자격시험화하는 한편,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이 보다 타당하다. 최근 한국법학교수회의 분석에 따르면, 제15회 변호사시험에서 합격자 수를 2000명대로 확대할 경우 누적된 적체 인원을 해소하고, 2031년부터는 합격자 1800명 수준과 약 80%의 합격률로 안정화할 수 있다. 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최근 통계 예측치도 이와 같은 취지의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두 통계 모두 장래 응시자 수와 결원보충제도, 응시 횟수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예측이라는 점에서 수치상 차이는 존재하나, 궁극적으로 법률시장 안정과 합격률 상승에 따른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지금 필요한 것은 '몇 명을 배출할 것인가'에 대한 기계적 통제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맞춤형 법률서비스를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적 고민이다. 따라서 변호사 수를 인위적으로 감축하기보다는, 공익적 관점에서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하고 법률서비스의 접근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이 보다 설득력 있는 해법이라 할 것이다.
윤태영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아주대 교무혁신처장·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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