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 위험 최대 35배"…술 마셔도 얼굴 안 빨개지는 사람 '반전' 연구결과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암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위험한 유전자 조합을 가진 사람들은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캔서 메디신(Cancer Medicine)' 7월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일본 국립병원기구 구리하마의료센터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소속 병원에서 알코올의존증을 처음 진단받은 일본인 남성 5214명을 대상으로 술 관련 암 병력과 ADH1B·ALDH2 유전자형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20~79세로 평균 53.3세다.
ADH1B·ALDH2 두 유전자는 알코올 분해 과정을 나눠 맡는다. ADH1B는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꾸는 효소를 만든다. 이 효소의 활동이 느릴수록 체내에 알코올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ALDH2는 그 아세트알데히드를 무해한 물질로 분해하는 효소를 만든다. 이 효소가 비활성 타입이면 술을 마셨을 때 얼굴과 몸이 붉어진다.
분석 대상 5214명 중 385명(7.38%)이 술과 관련한 암 병력이 있다고 답했다. 위암이 204명(3.91%)으로 가장 많았고 대장암 80명(1.53%), 식도암 73명(1.40%), 두경부암 55명(1.05%), 간암 31명(0.59%) 순이었다.
대부분의 암은 알코올의존증이 상당히 진행된 시점이나 그 이후에 치료를 받았다. 위암은 달랐다. 절반이 넘는 51.5%가 알코올의존증이 진행되기 전에 이미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별 위험도는 뚜렷하게 갈렸다. 빠른 대사형 ADH1B 보유 환자와 비교해 느린 대사형 ADH1B 보유 환자는 두경부암 위험이 1.99배, 식도암 위험이 3.05배였다. 위암 위험은 0.65배로 오히려 낮았다.
ALDH2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비활성 타입인 환자는 활성 타입 환자보다 두경부암 위험이 8.63배, 식도암 위험이 11.35배, 위암 위험이 1.54배로 나타났다.
두 위험 유전자를 함께 가진 경우 격차는 더 벌어졌다. 느린 대사형 ADH1B와 비활성 타입 ALDH2를 모두 보유한 환자 264명(전체의 5.1%)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두경부암 위험이 17배, 식도암 위험이 35배까지 올랐다.
연구팀이 ALDH2 비활성형 보유 환자 649명을 다시 조사한 결과, 술을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 적이 없다는 응답은 느린 대사형 ADH1B를 함께 가진 경우 52%로 나타났다. 빠른 대사형 ADH1B 보유자(23%)의 두 배를 넘는다.
느린 대사형 ADH1B 보유자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서서히 만들어지기 때문에 얼굴과 몸이 붉어지는 경고 반응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위험이 가장 큰 집단에서 경고 신호가 오히려 사라지는 셈이다.
연구팀은 "두 위험 유전자가 겹치면 몸의 경고 반응이 둔해질 뿐 아니라, 몸속에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고농도로 머무르는 시간 자체가 길어진다"며 "이 때문에 음주량까지 늘어날 수 있어 암 위험이 한층 커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로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조사 대상이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은 환자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암 병력과 치료 시기를 환자 진술에 의존해 파악한 만큼 일부 오류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email protected] 성민서 기자




